가을로 넘어가는 틈새에서
'계절 사이'를 잘 챙기고 있어? 오랜만에 전화 한 네가 물었다.
여름과 가을 사이의 틈을 살뜰히 살고 있냐고.
그러게. 나는 그제야 하늘을 한 번 본다.
오랜만에 본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고보니 낙엽은 아직이지만, 벌써 길에서는 밟힌 은행 냄새가 제법 쿱쿱하다.
언제 가을이 왔네.
응, 이제 가을이더라.
잠깐 눈 돌리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정신없이 살고 있는 걸까, 우리는.
계절을 덜컥 건너버리지 말아야하는데 말이야.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순간 꽃이 만개해 있어서 놀라는 출근길은 좀 슬프다.
그보다 꽃봉오리가 기세 좋게 여물어 가고, 아련히 지는 시간을 함께 지나야지.
'언제 이렇게 해가 짧아졌지?' 퇴근길에 퍼뜩 깨닫고 나면, 기분이 푹 가라앉는다.
그러니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이 조금씩 짧아진다는 걸 눈치채며 지내야지.
밤에 동화되는 그림자를 바라본다. 해가 짧아졌다.
너를 못 본 지 정말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