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들임'과 '사용'과 '버림'
어떤 행동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 첫 번째는 '좋은 기분을 내기'.
두번째는 '언제든 하기 쉽게 만들기'이다.
제대로 물건을 사용하지 않다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생활이 바뀌지는 못했다. 그래도 '사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점차 몇 가지 원칙을 정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물건을 잘 '정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사용하기'에 중점을 둔, 나처럼 게으르고 어중간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사적인 방법이다.
깔끔한 정리정돈은 여전히 나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 물건 '들임'의 원칙
같은 쓰임 용도의 물건을 사면, 기존의 물건은 아무리 멀쩡해도 뒤로 밀리고 만다. 그렇게 충분히 쓸 수 있는 물건들이 쌓이다가, 사용되지도 않고 버려진다.
그러니 일단, 있는 거나 먼저 잘 쓰면서 새로운 걸 들여도 충분하다.
잠들기 전은 하루 중 가장 고난함이 밀려올 때다. 그만큼 보상심리와 합리화의 마음이 꾸물꾸물 올라오기 가장 좋은 때이기도 하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내가 이 정도도 못 사?'라던 나의 지난 밤처럼.
그렇게 도착한 물건을 보면 마치 꿈 속의 내가 산 것 같았다. '내가 이런 걸 샀나?'
사용하지 않을 물건들을 가장 많이 들이게 되는 때가 '잠들기 전 쇼핑'인 셈이다.
약간의 팁을 더하자면, 정 사고싶다면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다음날 다시 보는 것도 효과가 있었다. 그토록 필요하게 느껴졌던 물건을 다음날이 되면, 장바구니에 넣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때가 허다했으니 말이다.
#. 물건 사용의 원칙
같은 쓰임 용도의 물건이 이미 집에 많은 경우인데, 특히 펜, 핸드크림 같은 경우에 유용했다.
한 기능의 물건은 하나씩만 꺼내고, 나머지는 안 보이는 곳에 넣어두는 것.
물건 하나를 끝까지 쓰는 데에는 생각보다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여러 개를 동시에 사용하면 다 쓰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 물건을 끝까지 쓰고난 후의 뿌듯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뿌듯함은 행위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동력이 된다.
그러니 사용라이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꼭 '보이는 곳에 하나씩 꺼내어 쓰기'를 꼭 지키는 편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이 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관계는 아니었다.
물건을 찾는 것도 일이다. 특히 나처럼 귀차니즘이 가득한데다 기억력까지 낮은 사람의 경우엔 더욱 그랬다.
그래서 나는 5단 서랍장 하나를 정해 자잘한, 당장 쓰지 않는 물건을 몰아 넣었다. 크게 깔끔하게 넣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용도에 따라 찾기 쉽게 나누기만 했다. 한 칸에는 문구류, 한 칸에는 주방용품 등의 생활용품, 한 칸에는 전선 같은 것 등등.
사용생활 지속성의 첫번째 원칙이 '기분 내기'에 근간을 두었다면, 두번째는 '하기 쉽게 만들기'에 있다.
#. 물건 버림의 원칙
사실 버리지 못해 시작한 사용라이프인지라, 버린 물건은 적은 편이다. 다만 그럼에도 도저히 사용하지 않을 것들은 아래 원칙 딱 하나만 지켰다.
귀찮아서 나중에 버려야지, 라고 다시 내 공간에 들여 둔 물건은 살겠다고 구석으로 숨어 들어간다. 그건 내가 잊을 즈음 슬며시 내 공간을 야금야금 차지해버린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주기.
물건을 끝까지 사용한다는 건 꾸준히 써야 가능하다. 꾸준함은 반복이고, 반복은 성실히 해낸다는 것이다.
사용라이프는 한 물건을 끝까지 성실하게, 반복하여 내 선택에 대한 마무리를 짓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는 가치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