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물은 좋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어떤 선물을 줘야 할까?'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려면 늘 고민한다. 나는 워낙 재미없는 사람이라, 받는 순간 감탄사가 나오는, 일명 '센스 있는 선물'을 줄 능력이 없다.
그런 내게 '좋은 선물'의 기준은 받는 사람이 '잘 사용할 수 있는 선물'이다.
유독 선물로 받은 물건 중에 방구석에 쌓아 둔 것이 많다. 내가 사용하지는 않는데, 준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자니 차마 버리지도 못한 것들. 아마 내가 준 선물 중에서도 저렇게 방구석 자리만 차지하게 된 선물도 많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용하지 않는 선물은 서로에 대한 오해와 무지로 발생하는 건 아닐까. 서로의 취향, 취미,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용하지도 않을 선물을 떡하니 '너를 위해' 준다.
받는 사람은 0.3초 정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동공이 흔들리지만, 이내 길러온 사회력을 밑거름으로 '너무 좋다, 고맙다'며 밝게 웃는다. 나를 위해 줬다는데 그 마음이 고마운 거지, 생각하면서. 그리고 사용하지 못한 채, 집에 쌓는다.
하지만 이왕에 주는 선물, 마음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상대가 잘 사용도 하면 더더욱 서로가 행복한 일일 테다.
센스 없는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선물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보이지 않는 '상대와 나의 관계'라는 관념을 가시적인 물성으로 건네는 것이 선물이라면, 좋은 선물을 준다는 건, 좋은 관계를 건네고 받는다는 것.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은 선물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한 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좋은 선물은 서로에게 관심을 주는 좋은 관계에서 나온다.
나를 잘 표현하고, 상대를 잘 살펴야 한다.
나에 대해 말할 줄 알아야 하고, 상대의 말과 행동을 잘 담아두어야 한다.
말하자면 관심과 배려랄까.
뻔한 이야기다. 하지만 뻔한 것이야말로 가장 잊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 좋은 선물을 주고받는 방법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스스로 살필 줄 알고,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꼭 선물을 콕 집어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물론 실용주의 친구와는 이렇게 하기도 하지만.)
평소에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을 가고, 옷을 입을 때 툭- 내가 좋아하는 걸 좋다고 명확히 말하는 거다.
가령, 나는 치즈를 무척 좋아하는데, 하도 여기저기 말하고 다녀서 주변에서 간단한 기프티콘 음식 선물을 줄 때는 다들 '치즈 맛'의 무언가를 준다. 생일이 되면 친구는 10년째 치즈케이크를 사주는데, 덕분에 나는 10년째 행복하다.
좋아하는 게 명확할 수 있지만, 웬만한 건 다 그럭저럭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적어도 '이것만큼은 난 별로 안 좋아해.'를 평소에 말해두면 사용하지 않을 선물을 받는 걸 방지할 수 있다.
가령, '난 이 색만큼은 정말 안 맞아.'라든가 '나는 다 잘 먹는데 매운 것만큼은 못 먹어.'라든가 '난 너무 단조로운 건 싫어.'같이.
내 친구는 나와 성향이 정반대라 무채색의 무언가는 좋아하지 않는다. 관계의 초창기에 그걸 모르고 '무난한 게 최고!'라며 무채색을 선물하던 나는, 점점 그 친구가 입는 옷이나 평소 예쁘다고 하는 물건들을 보면서 그게 큰 오해였음을 알게 되었고 요즘은 '핫'한 색의 물건을 선물로 준다. 만나는 날 친구가 내가 준 선물을 하고 나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내가 표현하는 것처럼, 상대도 일상에서 분명히 자신의 성향을 표현했을 것이다. 그러니 좋은 선물 즉, 상대가 사용할 수 있는 선물을 건네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말에 관심을 기울여 잘 담아두어야 한다. 요즘 관심 있어 하는 취미나, 좋아하는 색깔이나, 휴식을 취할 때 꼭 차를 한 잔씩 마신다거나, 너무 일이 힘들어 기력이 없다거나, 무서운 걸 못 본다거나, 어떤 음식을 싫어한다거나.
무엇보다 이렇게 상대의 말과 행동을 잘 담아둬야 하는 이유는 시간이 흐르면 사람의 취향은 바뀌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래되고 친한 관계일수록 상대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나부터도 그렇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리고 필요한 것과 사용하지 않을 것들도 바뀐다.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변화를 함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선물을 주고받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취향과 성향을 고려하여 선물을 줄 수도 있지만, 또 하나의 방법은 상대의 '시기'와 '상황'을 고려한 선물이다.
최근 나도 친구를 통해 배운 방법이기도 하다.
당시 나는 너무 기력이 없어 늘 축 처져있었다. 그렇지 않은 척해보려 했지만, 그 모습이 친구의 눈에는 티가 났었나 보다.
복날, 친구가 선물을 보내왔다. 요즘 너무 힘들어 보인다며, 힘내라는 말 대신 물건으로 전해진 그녀의 마음은... '삼계탕'이었다. 나는 그만 엄청나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내가 관심과 배려를 받고 있구나,를 새삼 느끼며 너무 따뜻하게 그 삼계탕을 먹었다. 복날이라는 '시기'적인 요인도 절묘해서 재미까지 있었다. 아마 두고두고 잊지 못할 선물이 될 것이다.
때로는 그 사람의 취향이나 성향보다, '내가 당신을 잘 바라보고 있다, 너의 옆에 늘 있다.'를 표현할 방법으로 상대가 지금 어떤 시기를 보내는지 살피어 깜짝선물을 건네는 것도, 무엇보다 상대가 잘 사용할 수 있는 선물을 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