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와 재킷
설날만 지나고 날이 적당하면 쇼핑이 하고 싶다. 그냥 새 기분을 내고 싶거나, 명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마침 옷이 필요했는데 세뱃돈을 받아서 등 이유도 많다. 설날은 지났지만 설빔이라 생각하고 새해 파이팅의 의미로 나에게 주는 선물을 주곤했다.
옷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된 후 새 옷을 살 때, 쇼핑을 하는 습관이 이전과 달라졌다. 옷의 소재와 맞음새, 바느질 등을 꼼꼼히 따지는 습관이 생겼다.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것도 늘어서이다.
옷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써 옷을 고르는 여러 기준 중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바로 ‘맞음새’이다. 전문 의복 제작자가 맞음새를 확인할 때 고려하는 사항들보다 적고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하지만 쇼핑을 할 때마다 맞음새와 관련해서 자주 발견했던 문제들을 정리했기 때문에 유용할 것 같다.
'맞음새'란 '옷이 몸에 잘 맞는 모양', 아니면 '옷 양쪽의 원단 무늬나 지퍼, 단추 위치가 대칭을 이루는 모양'을 말한다.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맞음새는 전자의 의미로써 소위 '핏'이라고 하는 것이다. 맞음새가 잘 맞는 옷은 내 몸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이런 옷은 비슷한 가격대, 같은 소재의 다른 옷보다 더 고급스럽게 보인다.
모든 옷이 맞음새가 중요하진 않다. 면으로 만든 티나 니트는 체형에 맞게 원단이 잘 늘어나서 맞음새를 따질 필요가 거의 없다. 하지만 코트와 재킷은 맞음새가 중요하다. 소재가 두껍고 잘 안 늘어나기 때문이다. 잘 안 맞는 코트나 재킷을 입으면 군더더기 주름이 많이 생기고, 움직이는 것도 불편하다.
우선 코트와 재킷을 입을 때 평상시 겉옷 안에 입는 옷을 입도록 한다. 특히 일상과 다르게 너무 얇은 옷을 입고 맞음새를 확인하면 나중에 두껍거나 많이 껴입은 옷 때문에 겉옷이 너무 낄 수 있다.
코트와 재킷을 입고 팔을 자연스럽게 내린 정자세로 선다.
거울을 보면서 옷을 앞, 뒤, 옆으로 확인한다.
옷을 윗부분, 아랫부분, 팔, 여밈, 이 네 가지 부분으로 나눠서 관찰하면 꼼꼼하게 옷을 살필 수 있다.
옷의 윗부분은 목, 어깨, 등, 앞가슴, 겨드랑이 부분을 말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몸의 윗부분에 거북목과 굽은 어깨를 가진 사람이 늘어났다. 이런 현대인의 체형 변화로 옷의 윗부분 맞음새가 잘 맞지 않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체형을 숨기기 위해선 오히려 변형된 체형과 비슷한 모양을 가진 옷을 입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름과 들뜨는 곳이 많아진다. 불필요한 주름과 들뜸이 있는 옷은 어색해 보이고, 체형의 단점을 두드러지게 한다.
▶1단계: 어깨선이 일치하는가. 몸의 앞과 뒤를 나누는 어깨의 경계를 어깨선이라고 한다. 목 옆선과 어깨가 만나는 점에서 어깨의 끝에 볼록 튀어나온 뼈까지 잇는 선이라 생각하면 된다. 몸의 어깨선이 옷의 어깨선과 일치하는지 확인하자.
▶2단계: 주름과 들뜨는 곳이 없는가. 몸과 옷이 안 맞으면 일그러지는 부분이 생긴다.
옷의 아랫부분은 허리와, 골반, 엉덩이 부분을 나타낸다. 여기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허리와 골반/엉덩이 크기 사이의 비율이 옷을 만드는 공장 표준에서 벗어나서 주름과 들뜸이 생기는 것이다. 일자로 떨어지는 코트와 재킷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허리와 골반 라인 곡선이 굽이질 옷일수록 허리와 엉덩이의 맞음새가 맞는 옷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이럴 땐 수선집이나 세탁소의 힘을 빌려 옷 자체를 수선하는 게 쉬울 수 있다.
소매의 주름과 들뜸을 확인하자. 소매 맞음새에는 어깨의 높이와 팔뚝의 굵기 등이 영향을 준다. 거북목과 굽은 등, 어깨를 가진 사람들은 소매 맞음새에서 문제를 발견할 확률이 높다. 소매 맞음새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팔을 여기적이 휘두르고, 굽혀보면서 불편함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여밈 부분이란 옷을 열고 닫을 때 필요한 단추와 지퍼 부분을 말한다. 옷을 잠겄을 때, 연결 부위에 미운 주름이 없는지 확인하자.
산업혁명 이후로 옷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표준 사이즈를 정할 필요가 있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몸과 비슷한 사이즈로 똑같은 옷을 많이 생산하면 비용이 줄기 때문이다. 덕분에 옷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지만, 우리 몸에 완벽히 맞는 옷은 입기 어려워졌다. 어쩔 수 없이 기성복을 살 때는 맞음새를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 매장 조명에서 그림자를 만들지 않을 정도의 주름까지는 눈 감아주는 것도 좋다. (이것도 까다로운가?)
김홍기 작가가 쓴 <옷장 속 인문학>에서는 내 몸을 잘 파악한 후 그에 잘 맞는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잘 맞는 옷을 고르는 것은 체형에 맞게 설계된 옷을 선택하는 것과 더불어 체형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입으라는 뜻도 포함한다. 그렇게 고른 옷은 체형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다이어트로도 해결되지 않는 골격 상의 문제는 골칫덩어리로 보이는데 이것도 옷으로 보완할 수 있다. 어깨가 유달리 넓은 것, 허리가 긴 것, 떡대가 벌어진 것, 허리가 굽은 것 등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연예인들도 이런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나 스타일리스트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체형의 단점을 보완하는 디자인의 옷을 찾아 입거나 옷을 몸에 맞게 수선해서 단점을 가린다. 그러므로 자기 몸에 관심을 가지되 너무 미워하진 말고, 운명같이 내 몸과 잘 맞는 옷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