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관계의 비결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괴로운 바로 그 때

by 에밀리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을 때

혹은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할 때

언제나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선을 주의해야한다는 것.


장기연애를 한 커플들이 헤어지고 오히려 얼마 만나지 않은 사람과

얼마 안되어 결혼까지 하는 걸 지켜보면서

내 나름의 이론은 항상 이러했다.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동안

서로에게 애정이 깊어지는 동시에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곳을 너무 잘 알게되고

서로 결코 넘지 말아야할 선들을 침범하고 또 침범당하면서

그들은 결코 돌이킬 수 관계의 강을 건넌 것이다.

그런 커플들이 모든 걸 극복하고 다시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서로의 경계가 잔인하게 뭉게진 기억들은 생생히 남아있기에.

그래서 그들은 그런 기억이 없는 누군가와 차라리 인생을 함께하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선을 운운하는 것은 너무 정없지 않느냐고,

때로는 가장 깊은 것까지 나눌 수 있어야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가장 깊은 감정마저 내가 표현하고 싶은대로만 하면 누구에게도 가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 정제되지 않은 성급함은 오히려 타인이 나를 온전히 아는 것을 방해할 때가 더 많다.

더 깊이 연결되는 것에도 반드시 기술이 필요한 법이다.


무촌이라는 부부 사이에도 늘 이 보이지 않는 선이라는 게 있기 마련인데

가족, 친구, 동료..수많은 다른 관계에서는 어떻겠는가.

일찍이 어떤 책에서는 타인을 갈아마신다해도 우리는 결코 남과 하나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그저 내 짐을 지고 뚜벅뚜벅 걷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여기서 오는 외로움은 인간됨의 기본조건일 뿐이다.




오래보는 관계들은 어김없이 선을 아는 관계들이다.

선없이 친한 것

아무 경계없이 가까운것

아무 말이나 하고 아무 행동이나 하는 것

아무런 자아의식없이

너가 나고 내가 너가 되는 것은

결코 아름답지도, 멋있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므로

두가지를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정도를 지키며 아름다움을 유지할 것.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인 것이 항상 가장 아름답다는 것.

그 사람 마음 문을 두들기기 전 항상 먼저 노크할 것.

비슷해보여도 나와 또다른 무한함을 가진 인간임을 기억하고

때때로 서로 조금은 외로울 여지를 허락하는 것.


한편으론

누군가가 기꺼이 그럼에도 가까이 다가온다면

누군가에게 곁을 내준다는 것에는

원래 언제나 고통이 따른다는 걸 기억할 것.

그 사람의 실수에 때로는 너그러워질 필요도 있다는 것.

그러면서 살아있는 한

경계는 수정될 여지도 항상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인간에 대한 일말의 신뢰를 잃지말고

소통의 문을 결코 끝까지 닫아버리지는 말 것.


관계의 아픔마저 인정할 수 있게 될 그제서야

서로의 몫을 담담히 바라볼 수 있게 될 그제서야

우리를 살리는 친밀함도 나눌 수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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