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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 Aug 01. 2021

감정은 손님이다

This shall too pass

가끔 망망대해에서 홀로 누워 둥둥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떤 엄청난 아득함. 몸에 힘은 뺐기에 떠있을 순 있지만 위로도 아래로도 끝을 모르는 아득함과 두려움. 그리고 한순간 몸에 힘을 주는 순간, 무엇이 기다릴지 모르는 저 심해 아래로 끝도없이 추락해내려갈 듯한 숨막힘과 곧 밀려올 공포.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음에서 오는 무지막지한 당혹감과 공포스러운 고독이다. 나는 분명 꽤 그럴듯한 인생을 꿈꾸며 달려왔는데 어째서 한순간 이런 곳에 홀로 떠있게 되었는가.


그러면 한순간 이 알 수 없는 곳에서 없어져버리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휩싸이게 된다. 한순간이면 된다. 이 모든 고통도 아득함도 끝이다. 하는 달콤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어느새 삶의 끝자락에까지 내려가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삶과 죽음의 어느 중간 지점에서 생이 주는 압박과 혼란에 질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순간의 불같은 감정이 지나가고 어떤 종류의 구름이 걷히듯 어느 순간이 되면 그런 생각이 약간은 바보같은 생각이었구나 싶은 때도 온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당연히 죽음을 생각하던 마음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 곳에 대한 기억들이 상기되고 조금은 더 살아있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이런 마음조차 안들고 꾸역꾸역 목구멍에 밥알을 밀어넣듯 그냥 살아야 하는 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다. 강 줄기를 손으로 막는다고 그 흐름을 막을 수가 없듯이 시간이 흐르는 것도 사람이 막을래야 막을 수가 없다. 그러면 그 강을 따라 이 감정이 가고 또다른 감정이 찾아온다. 그들이 온다는 것은 팩트다. 그렇지만 그들이 영원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들은 손님이다. 좀 오래 머무는 손님도 있지만 손님은 우리 집에 살지 않는다. 언젠가 제 갈길을 떠나 나간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이 우리에게 가끔 거는 장난과 저주와 마법에 속지않아야 한다. 그들이 내 삶을 결정해버리게 하면 안된다. 그저 매순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손님들을 새롭게 맞아들이고 또 제때에 떠나보내는 것, 그것이 살아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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