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도 살아도 살고 싶어질 때까지

사막을 건너는 고수가 되기

by 에밀리

아주 어릴 적에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다.

별로 깊지도 않은 풀장에 혼자 들어갔다가 발이 땅에 닿지 않자 까무룩 까무룩 깊게만 빠져 들어갔다.

라이프가드가 나를 들쳐 꺼내올리기 전 영겁과 같던 그 순간은 20년이 지나도록 기억에 남는다.


문득 그 때 느낌이 기억난다.

죽을 날을 받아놓은 사람처럼 하루하루가 살아지는 이런 날들에는 꼭 그 느낌이 기억난다.

의식이 물에 잠겨 선명했다 흐릿했다를 반복하는 그런 느낌이.

살 것도 같고 금방 죽을 것도 같던 그 느낌이.


또 하루를 어렵게 지나보냈다.

어느 의사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걸린 지하철역 출구를 지나

많은 사람들을 지나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시간들을 보낸 하루였다.

캐리어를 이끌고 어디론가 분주히 떠나는 사람들.

작은 네모 세상을 들여다보면 늘 무언가를 먹고, 사고, 떠드는 사람들.

이만큼 자라는 동안 많은 게 바뀐 것 같아 보여도 결국 많은 것들이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라하고 비참한 인간의 본질은 여전히 나를 씁쓸하게 만든다.


거울을 보면 놀랍게도 이제 아주 천천히 노화가 나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어릴적에는 송아지처럼 뛰어놀던 내게도 엔트로피의 법칙은 적용되는 것이리라.

놀라운 것도 많고 새로울 것도 많던 그 시절이 점차 색이 바래진다.


친구들은 슬슬 취업을 한다.

가끔씩 알던 사람을 만나면 예전에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아 흠칫흠칫 놀라게 된다.

이상하게 어딘가 닳아 뭉뚝해진것만 같은 언행에 나는 이유없이 기가 죽어 집에 돌아오게 된다.

변하지 않는 사람만 바보만드는 세상. 힘껏 살아보려고 했던 마음에도 생채기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태어나서부터는 이제 죽음을 향해 달려갈 뿐이라 할지라도

닳고 닳은 그런 사람으로 살기는 싫다.

살아도 살아도 처음 사는 것처럼

배워도 배워도 처음 배우는 것처럼

그래서 더 살고 싶어질 때까지

그만큼 간절하게, 그만큼 순수하게 살고 싶다.

사막을 건너던 그 노인처럼.


부디 감정을 회복하는 여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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