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의 북미여행 제5편
뭔가 이상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은 목적지 나이아가라 폭포를 불과 1키로미터도 남겨두지 않았는데도 지축을 흔드는 우뢰와 같은소리는 고사하고 계곡 물소리 같은 작은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목적지 500여 미터를 남겨두고서야 폭포 굉음 소리가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사진에서 수도 없이 보아왔던 폭포가 눈앞에 드러났다.
나이아가라 폭포였다.
눈으로 처음 보는 순간 심장이 터질줄 알았는데 너무도 침착했던 내 자신에 놀랐다. 수백미터의 강폭에서 어마어마한 수량의 물이 수십미터 아래로 수직낙하 하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직접 눈으로 보고 있다는게 실감이 안났다.
너무도 익숙해서 였을까 ? 나이아가라 폭포가 마치 TV속 화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폭포가 엄청나게 물을 쏟아부어 그 소리때문에 옆사람과 대화도 불가능 할거라 생각 했는데 예상보다 작게 들리는게 신기했다. 아마도 움푹 패인 절벽 아래로 물이 떨어져 절벽이 방음벽 효과를 내기 때문일까?
폭이 수백미터 이상 되어 보이는 일자형 폭포가
눈앞에 펼쳐지고 멀리 말굽형의 모양의 폭포에서는 온천탕의 수증기처럼 모락 모락 구름기둥을 피워내고 있었다.
폭포가 위치한 지역이 미국땅에 위치해서 우리가 있는 폭포 반대편 캐나다에서 보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더욱 멋지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수증기 구름 기둥을 피워내는 말굽 형태의 폭포쪽으로 다가갈수록 지축을 흔드는 웅장한 물소리가 커져갔다. 급류가 절벽을 만나 수직 낙하하는 경계지점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그 지역은 물보라가 거의 폭우 수준이라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제서야 나이아가라 폭포에 왔음이 실감났다.
모든것은 결과로 말하는 세상이지만 때로는 과정이 더 아름다울때가 있다.
뉴욕에서 나이아가라까지 여행을 계획하면서 자동차를 렌트해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직접 운전해서 갈 경우 거리가 800키로가 넘어 당일 운전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중간에 하루를 경유할만한 곳을 찾기위해 인터넷을 뒤져보고 뉴욕에 사는 지인에게 추천을 구해 보았지만 만족할만한 정보는 얻지를 못했다.
구글지도를 살펴보니 펜실베니아 근처에 National Forest 국립 숲지대가 넓게 자리 잡고 있어 그곳을 경유하면 미국의 광활한 숲을 만날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뉴욕에서 서쪽 방향으로 500여킬로 떨어진 펜실베니아에 에어비엔비를 통해 숙소를 정했다.
부르클린을 벗어나 다리를 건너 네비가 이끄는대로 맨하탄 좌측방향으로 접어들자 거리 풍경이 갑자기 바뀌었다. 많은 동양인들이 보이고 상가의 간판들은 모두 한자로 써있는것으로 보아 뉴욕의 차이나 타운이 분명했다. 몇 블록을 지나도 차이나 타운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나서 놀랐다.
어렵사리 혼잡한 뉴욕을 빠져나가 펜실베니아 이정표가 보이는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한시간여를 달리자 편도 4차선의 도로가 2차선으로 줄어들며 도로위 차량 숫자도 현격히 줄어 들었다.
아 ! 시끌벅쩍한 뉴욕을 지나 펜실베니아로 향하는 그 끝없는 숲길과 급류가 흐르는 강을 만나며 비로소 광활한 북미대륙에 온것을 실감 했다.
세계 인종 백화점 뉴욕에 있다가 펜실베니아의 전원 풍경을 보니 갑자기 천국을 굳이 이미지화 하면 이런 곳이 아닐까하는 상상이 들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수백킬로의 숲길 도로를 벗어나자 구릉과 평원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풍광이 펼쳐졌다. 펜실베니아에 다가올수록 아름다운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독일이나 스위스에 온듯한 착각이 들었다.
비가 내리고 500여킬로가 넘는 먼길 이었지만 멋지고 아름다운 길이었기에 즐기면서 운전 하는게 가능하였다.
다름을 경험하는것으로 여행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좁은 우리땅에 살다가 미국의 광할한 대자연을 만날때 마다 가슴이 벅차 오르곤 하였다.
숙소로 정한 펜실베니아 인근에 접어들자 뉴욕의 화려함과 번잡함과는 정반대의 편안하면서도 잘 정돈된 미국특유의 시골 마을이 보였다.
무심코 주소를 보니, Clearfield, 깨끗한 땅.
이곳의 환경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명칭이었다.
숲속의 한가운데 위치한 숙소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자애롭고 다정한 호스트 할머니의 안내로 하룻밤을 묵을 별채 하우스를 보는 순간 에어비엔비 여행의 진수를 경험하는것 같았다.
뉴욕에서 하룻밤을 호텔에서 머무르려면 최소 30만원이상의 비용을 치루어야 하는데 반값도 안되는 비용으로 아담하면서도 럭셔리한 분위기의 집을 독채로 사용할수 있음은 여행자에게는 참으로 큰 기쁨이었다.
조명이며 인테리어 소품 하나 하나에서 전형적인 중산층 미국인 가정의 안목이 느껴졌다.
돈을 벌기위한 수단이 아닌 여행자를 귀한 손님로서 대접하고 있음을 집안 곳곳의 세세한 손길에서 느껴졌다.
깔끔하면서 안락한 인테리어와 냉장고안의 풍성한 음식과 간식 그리고 신선한 과일까지 동행자 숫자에 맞춘 생수병 4병 콜라 4병 손수 만든듯한 케익 4개등 섬세한 배려의 손길은 우리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처럼 커다란 환대를 받는다는것은 이번 여행을 포함해서 인생에 있어 큰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숲속 미국특유의 저택에서 하룻밤 이지만 멋진 추억을 남길수 있어 참으로 멋진 하루가 될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