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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아 Nov 01. 2023

사랑방 손님과 주인

체인지.

브런치 작가 온아.

혹은 온유아빠.     


즉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카페를 운영했던 시절이 있던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카페, 이래도 할래?’에 친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때 나는 단골손님들과 담소를 나누고 쿨하게 서비스도 주던 마음씨 넓은 사장이었다.      


내가 운영했던 카페는 누군가에게는 부족해 보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사랑방을 즐기는 대상은 다양했다.


커플, 학부모, 아르바이트생이 예뻐서 오던 젊은 남자까지.

규모도 작고 구석에 있는 카페는 늘 같은 장소에 있지만

손님들에게는 각자가 원하는 다양한 모습으로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단골손님 중 콧수염에 점잖은 중년에 남성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근처에서 문구점을 운영하고 그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늘 비슷한 시간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먹었다.

내가 바쁘지 않으면 함께 인생을 논하며 담소를 나누고는 했다.


중년의 남성은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도 카페 문을 닫게 되었다.

중년에 남성을 포함해서 스치듯 사라진 손님부터 기억에 오래 남는 손님까지,

이런 인연들은 시간이 흘러서 모든 과거의 기억이 무뎌지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카페에 대한 기억도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남기 시작했다.     


‘내가 카페를 운영하긴 했던 걸까?’     


의문이 생길 때도 있지만 명백한 사실이다.

아들이 유치원에 간 틈을 타서 오랜만에 와이프와 평일 점심을 함께 먹고 어색하지만 손도 잡아보면 꼭 잡은 손을 신나게 흔들어 보았다.     


“여보, 손 살살 흔들어 우리가 나이가 나이인지라 어깨 빠져.”     


말도 안 되는 시시콜콜한 농담도 오늘만큼은 서로 우습다고 찡긋 웃어본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느끼며 구도심의 길을 걸어보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더 한적하고 여유롭다.


식후 우리는 간절히 카페인을 원하고 있었다.

길가에 놓인 두 곳에 카페가 보였다.

중간에 서서 우리는 어떤 곳을 갈지 골라보았다.

한 곳은 가본 곳이지만 다른 한 곳은 처음 가본 곳이다.

우리는 새로운 도전보다는 익숙한 곳을 가기로 했다.      


“내가 카페 탐방 다니는 것도 아니고 가본 곳 가자.”     


이 한마디와 함께 우리의 발걸음은 카페로 향했다.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우리는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나에 눈에는 메뉴판보다 바에서 우리의 주문을 기다리는 중년의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봤지 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중년의 단골손님’     


10년이 가까이 되어서

중년의 단골손님 70대가 되었다고 한다.

손님과 사장은 다른 의미에 손님과 사장이 되었다.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사장님, 저 기억하세요? 옛날에 동네에서 카페 했었는데.”

“어, 그래그래 얼굴이 기억나네.”     


반가운 짧은 인사를 마치고 우리는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예전에 내가 바(bar)로 들어갔다면 이제 중년의 남성이 그곳으로 들어가고 나는 테이블로 발걸음을 돌렸다.     


기분이 묘하다.

한편으로 사소한 인연도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하고 그 자리가 이전과는 다른 자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돌고 돌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다시 만나는 자리가 생긴다면 그 사람은 나를 반갑게 맞아줄까?     


깜박이는 커서를 보며 생각이 잠겨있는 나와 와이프에게

사장님이 총총걸음으로 다가오신다.

그리고는 옛날 생각이 나셨는지 한참을 이야기를 하셨다.

인생이야기 옛날이야기 자기 자식들 이야기까지.      

세월이 10년이 지났어도 그때 그 중년의 단골손님과 지금의 사장님이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여전히 수다쟁이라는 것이다.


길었던 이야기가 끝이난 이유는 아들의 하원시간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사장님과 악수를  하며 마지막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이제 손님이 아닌 사장님은 나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다음에는 커피 말고 쐬주 한 잔 먹자구.”    

 

라며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배웅을 해주셨다.

막상 돌아서니 그 긴 수다도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한참을 정신없이 이야기하다 문득문득 추억에 빠지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부디,

오래오래 같은 자리에서 사장님 소원대로 문화와 커피를 파는 사장님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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