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아 Nov 10. 2023

인생에도 퇴고가 있었으면.

“여보, 글 똑바로 안 쓸래?”


바짝 긴장한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내에게 되묻는다.


“왜? 또 어디 틀렸어?”


내가 글을 발행하면 늘 반복되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이번에는 아내가 참다 참다못해 독하게 말한다.

     

“작가가 퇴고를 안 하는 건 기본이 안 된 거야! 창피한 줄 알아.”     


그렇다.

나는 퇴고를 잘하지 않는다.

아내의 독설에도 기죽지 않는 내 성격에 감사하다.

하지만 기본이 안 됐다는 말이 머릿속에 잠시나마 둥실둥실 떠다닌다.  

   

내 글을 항상 읽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나의 유일한 팬은 아내이다.

그러기에 진심 어린 조언을 귀담아들어보려고 노력한다.

아내는 누구보다 내 성격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난 소재가 생각나면 30분에서 40분 키보드를 두드리고 글을 완성한다.

최종적으로 맞춤법 검사기를 한번 돌려보고 글을 발행한다.

몇 번이고 퇴고를 해야 하지만 성격이 급한 나머지 나는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발행버튼을 눌러버리고 만다.


기다리는 이 하나 없지만 빨리 독자들에게 글을 보여주고 싶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대단한 자기만족이다.     

브런치 작가라는 놈이 오타 투성이에 흐름에 맞지 않는 문장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까운 지인들은 내 글이 올라가고 급하게 카카오톡이 오기도 한다.

틀린 문장이나 단어를 캡처해서 어서 고치라고 연락이 온다.  

그제야 난 부랴부랴 노트북을 펼치고 수정을 한다.  

 

‘난 과연 작가라고 할 자격이 있을까?’

    

반성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개의치 않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글을 다시 쓴다.


글 쓰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나마 독서를 취미 생활로 하는 게 큰 도움이 될지도...

맞춤법 배울 중요한 초등학교 3학년쯤 허약한 체질 덕에 자주 아파 결석이 잦았다.

그래서 맞춤법과 수학에 나오는 분수를 잘 못한다.

나름 그럴싸한 핑계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내 글은 아내의 사랑의 언어폭력으로 인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아직 서툴지만 몇 번이고 퇴고를 하고 소리 내어 읽어보기도 한다.

기본은 할 줄 아는 작가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퇴고를 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글이 글다워지고 있다.

이것 또한 물론 자기만족이고 아직도 먼 작가의 길이지만 말이다.    

 

나도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

나는 남들보다 일찍 마흔을 준비하고 있다.

서점에서 마흔과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그 책들은 내 책장에 자리를 잡는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 이러지 않았는데 마흔은 나에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

젊음을 지향하는 뇌와 점점 약해지는 몸이 팽팽한 대립을 하고 있는 나이다.  

어느 한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우는 순간 노화가 진행되거나 철없는 아저씨가 되고 말 것이다.   


문득.


'인생에도 퇴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다시 살고, 고쳐 살고, 틀린 부분은 지워버리고,

내가 생각하는 완전한 삶을 위해 퇴고를 한다면 후회하는 인생은 없을 텐데 말이다.  

   

‘좋았어. 이제 그만 고쳐도 되겠다.’     


이런 마음의 소리가 인생에도 있으면 참으로 좋으련만.

아쉽게도 우리 인생은 퇴고가 없다.     


‘퇴고 대신 후회만 있을 뿐’

    

글을 쓰면서 가장 좋은 점은 치매예방이 될 거 같은 괜한 기대와

더불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깜박이는 커서가 쉼 없이 글을 만들어가는 순간을 위해

내 머리는 과거와 미래로 수많은 여행을 떠난다.


그러다 보니 인생에도 퇴고가 있었더라면 하는 바람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후회가 남아도

다듬어지지 않았어도

남들이 보기 조금 틀렸어도      

그 또한 내 인생인걸 말이다.


마치 못났어도 내 글인 거처럼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도 글을 발행하고 사랑의 언어폭력이 있을지 괜스레 설렌다.





매거진의 이전글 색약도 세상을 보고, 그리고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