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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아 Nov 23. 2023

인생은 부루마불이죠?

주사위 놀이

"6 나와라 6 나와라"     


거실에서 아들과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게임판에 데굴데굴 굴러가는 주사위는 바람과 달리 기어코 얼토당토않은 숫자가 나온다.

가끔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고 원하는 숫자를 그대로 땅에 내려두는 아들의 눈속임까지... 페어플레이와는 거리가 먼 게임판이다.  

   

최근에 사 온 슈퍼마리오 보드게임은 흡사 루마불 입문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6세 어린이와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펼치며 남자들만의 찐한 승부를 맛볼 수 있다.

종종 우기기 스킬을 발휘하지만 나름 재미가 있다.

    

진심을 다해 아들과 대결을 이어간다.

기필코 이긴다는 어른의 욕심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중요한 차례가 생기고는 한다.

바로 이 땅을 꼭 사야 하거나 또는 이 땅만큼은 꼭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 한 번이라도 브루마블이나 비슷한 보드게임을 해보았다면 공감할 것이다.     


이제 원하는 숫자가 나와야 하는 순간!

금손처럼 던지면 6이 나오는 6 잡이가 등장해야 하는 순간!     


‘이전 주사위는 다 잊어라!’

'제발! 제발!'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던진 주사위 숫자는 빗나가기 십상이다.

주사위 너마저 왜 나를 안 도와주는 거니!

꼭 필요한 순간에 나오지 않는 주사위를 원망해 본다.     


주사위를 잘 굴리는 것은 보드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다음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임의 설계.

마치 도박의 꽃 정마담이라 된 마냥 게임을 설계해야 한다.

그리하여 브루마블이라는 판 + 주사위 + 게임 설계 = ‘승리’라는 방정식이 성립이 된다.  

    

인생은 어떨까?

인생이라는 게임판에 우리는 수많은 주사위를 던진다.

바로 선택이라는 주사위를 말이다.

피해가야는 상황도 있고,

반드시 원하는 숫자가 나와 머물러야 하는 순간도 있다.     

선택의 주사위는 안타깝게 늘 올바른 선택으로 연결되지가 않는다.

6이라는 숫자가 필요할 때 1이나 2가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고민이 많아질 때마다

하는 일이 꼬일 때마다

선택한 일이 잘 안 되었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아우 난 왜 이렇게 되는 일도 없고 운이 없냐.'     


뭐 더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문장의 앞뒤에 삐 처리가 되는 리얼함도 있다.

아마 이 리얼한 표현은 혼잣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행이기도 하다.

굽신거리며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에서 한 수 무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최근 나도 게임판에 내 몸이 던져져서 주사위를 돌려야 할 상황이 생겼다.

역시나 내가 굴린 주사위 즉 선택은 좋지 못한 결과였다.

조금만 더 잘 알아보았다면... 하고 1분 1초까지 아쉬움으로 가득 차버렸다.

마치 ‘한 번 쉬세요’ 칸에 걸린 듯 한 기분이었다.

낙심하고 싶고, 후회하고 싶고, 결과에 대해서 원망도 하고 싶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좌절도 잠시.

그 무렵 니체는 우연과 필연의 관계를 주사위 놀이에 비유한 것을 알게 되었다.

필연은 인생에 대입을 시켜보았고 우연은 선택이라 생각을 해 보았다.

1부터 6까지 이루어진 주사위는 던질 때마다 어떤 숫자가 나와도 앞으로 나아간다.

긍정의 상황이든 부정의 상황이든 주사위는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주사위를 던질 힘만 있다면 멈춰있는 경우는 없다.

    

염세주의자들이나 인생을 비꼬아서 보는 사람들은

그저 핑크빛 희망회로를 돌린다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긍정적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내 인생을 윷놀이에 비유했다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빽도가 늘 도사리고 있으니 말이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흔하디 흔한 말이 있다.

내 인생을 윷놀이처럼 만들어가느냐?

아니면 브루마블처럼 주사위로 만들어가냐?

이것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조건 중 하나인 설계가 필요한 게 아닐까?


어떤 숫자가 나올지 조마조마하는 게 아니라 당당히 말하고 싶다.

어차피 어떤 숫자가 나오든 난 앞으로 나아갈 테니 말이다.


“My 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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