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활기찬 대망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가 시작되면 TV나 라디오에서 떠들어대겠지.
그럼 나는 속으로 한 마디 하겠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아득한 시절,
새해 자정을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를 기다리는 이들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세며 환호를 지르던 때가 내게도 있었어. 진행자의 말처럼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묵은 때를 모조리 벗고 새로운 내가 탄생될 거라는 착각 속에 새해를 맞이하곤 했지.
정말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신년 계획도 열심히 세웠던 것 같아.
살 빼기, 영어 공부하기, 매일 운동하기, 책 많이 읽기, 금주...
다행스럽게도 작심삼일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쯤 우리의 설날이 다가와.
진짜 새해력이 시작되는 거지!
그럼 또다시 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곤 해.
근데 정말 재밌는 건 뭔 줄 알아?
신년 계획이 매년 똑같다는 거야.
수십 년간 다짐한 신년 계획이 어째서 매년 똑같은지 정말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어.
하지만 더 아이러니한 건 다가올 이번 새해에도 난 똑같은 신년 계획을 세우고 있을 거란 사실.
너무 끔찍하지 않아?
신년 계획이 무슨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그래서 올해는 신년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신년 계획을 세우는 중이야.
뭘 자꾸 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안 되더라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행복하게 살아갈까 해.
행복이란 뭘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늘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지만,
지금 불행하지 않으면 그게 행복이라는 법륜스님의 말씀처럼 큰 욕심부리지 않고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는 내가 되었으면 해.
그러니까 올해는 활기찬 대망이 밝았다는 말에 감정 소비하지 말고 조신하게 보내자.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대망(待望)의 한 해가 시작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그저 대망(大亡)의 한 해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