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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엉겅귀 꽃

하지 무라트 - 레프 톨스토이 (1912)

by Heart M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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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님의 책들이 무척 무게감 있으면서 나의 가치관에 많이 일치해서 읽을 때 울림이 크고 위로해주는 내용이 많았다. 그분의 책인데 제목이 생소한 <하지 무라트>를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난 이 작품의 초입부분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는데 본인이 한여름의 들판에서 아름다운 꽃들을 꺾어 꽃다발을 만들며 즐겁게 집으로 돌아가는 중 눈에 띄는 엉겅퀴꽃이 있어서 그것도 꺾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 꽃은 질기고 가시가 있어서 뽑을 때 필히 조심해야 하는데 결국 오 분만에 뽑혔지만 손도 좀 다치고 엉겅퀴꽃은 엉망이 되버렸다. 그 엉망이 된 모습은 처참한 한 사람의 죽음을 떠오르게 하는데 그는 정말 처절하고 끔찍하게 살육당했지만 그에겐 굴하지 않는 꿋꿋함이 있었다. 이 엉겅퀴꽃처럼... 하며 본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이 초입에서 이미 감탄함!! 이걸로 그냥 단편내셔도 될 정도로인듯! 사람의 욕심에 억지로 뽑혀서 짓이겨진 그 엉겅퀴꽃의 모습과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벌어지는 전쟁으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참혹한 모습이 연상이 되어 마음에 찡 와닿음 ㅠㅠ



하지 무라트는 체첸의 리더의 역할을 했던 사람인데 이 때 체첸은 러시아와 계속 전쟁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하지 무라트는 순수하면서 용감하고 지혜롭고 겸손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싶고 존경하고 싶은 그런 참 리더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싫어하는 자가 있으니 샤밀이다. 샤밀이 지금 이 체첸 공동체의 전체 리더로 있는데 하지 무라트를 넘 시기해서 그의 가족들을 인질로 데리고 있고 자신에게 나와서 항복하라고 한다. 하지만 하지 무라트는 샤밀에게 가면 무사할수 없음을 알고 가족들을 구하고 본인이 살기 위해 러시아에 항복하고 도움을 구한다. 하지 무라트는 황제에게 신임을 얻고 있는 보론초프 공작에게 잘 보여서 그의 도움으로 보호를 받고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계속 애쓴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에게는 그의 가족 구출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님 ㅠㅠ 그의 가족의 구출은 이 핑계 저 핑계로 계속 미뤄지고 하지 무라트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위험한 상황이지만 자신이 해야할 마땅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가족을 구하러 간다. 구출하러 가는 길에 자신들을 호위하며 제지하는 러시안들을 죽일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하지 무라트는 결국 러시안인들에게 잔혹하게 죽임을 당하고 목이 베인다.



이 작품이 무척 흥미로웠던것은 러시아인 톨스토이가 체첸인의 입장에서 썼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인들에게 잔인하게 짓밟힌 그 민족에 대해 미안함도 있었을거라 생각이 됨.... 더욱이 체첸은 나에게 정말 특별한 나라라서 더 눈에 띄었다. 내가 무척 사랑하고 깊은 교제를 나눴던 한 자매님은 체첸의 선교사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으시다가 돌아가셨다. 그 분을 통해서 체첸에 대한 특별한 마음들을 받았었는데 그들의 이런 아픈 역사를 이런 작품에서 만나니 정말 각별하게 느껴졌다.

이 작품 안에서도 체첸인들의 마을이 러시아인들에게 초토화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고 참담했다.. ㅠㅠ



하지 무라트는 자신이 섬기는 알라신에게 기도 시간에 맞춰서 마음을 다해 기도하는데 그 모습도 무척 경건하고 겸손해보여서 숭고함이 느껴졌다. 그런 하지 무라트와 달리 도박 중독을 끊지 못해서 받을 임금까지 땡겨서 도박하고 있는 러시아 장교도 있음.... 참 큰 비교가 됨....



또 흥미로웠던건 몇 남자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비유를 맞춰주고 아부하면 허허허 거리면서 좋아라 헤벌레 하고 자신들에게 부정적이거나 맘에 안 들게 행동하면 발끈해서 상황이 어려워지려고 할 때, 그들의 여자들이 슬그머니 나서서 무척 지혜롭게 해결한다! 매력적인 얼굴로 이야기 주제를 돌리거나 필요한것들을 슬쩍 준비하거나 때에 딱 맞춰 무척 자연스럽게 행동들을 하며 평화를 지킨다. 여기서 두 여인들이 그런 지혜로움을 보여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쓸데없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데 진짜 여자들의 능력을 잘 보여줬다고 느꼈다. 이런 지혜로운 여성들의 능력을 익히 알고 있었던 톨스토이님은 그런 지혜로움과 거리가 먼 아내와 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도 생각이 들었음 ㅠㅠ



톨스토이님은 이 <하지 무라트>를 꼭 써야겠다는 다짐을 몇번이나 했다고 한다. 마치 사명을 받은것 처럼.

그 덕에 러시아 때문에 많은 아픈 겪은 민족의 숭고함을 높여주고 그들의 고귀함을 알려서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울림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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