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어니스트 헤밍웨이 (1940)
헤밍웨이의 작품에서 주로 나오는 마초적이고 다혈질적인 주인공은 나에겐 참 매력적인것 같다. 그들의 성격과 욕망이 이해가 된다고 할까? 거칠지만 단순하고 진솔한 모습이 자꾸 마음에 간다. 이런 인물들 때문에 내가 헤밍웨이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누군가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스페인 전쟁에 폭발전문가로 파견된 미국인 로버트 조던의 이야기 이다. 넘 웃긴건 이 사람은 미국인인데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모두 영국인이라고 부름;;; 그 곳에서 만난 안셀모라는 동료는 노인이지만 무거운 짐도 거뜬히 매고 산도 정말 잘 탄다. 책임감이 강하고 일도 잘해서 그 노인에게 부탁한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같이 일한 게릴라팀의 리더 파블로는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비난을 당한다. 예전에는 용감히 싸웠으나 이제는 실리만 생각하려고 하고 야비하게 군다. 그런 파블로 대신 그의 아내 필라르가 실제 리더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전쟁 때문에 고아가 되고 적들에게 몹쓸짓을 당한 처녀 마리아가 있는데 필라르가 데리고 와 그녀를 보살펴주고 부엌일을 거들도록 했다.
로버트 조던은 다리를 폭발시켜야하는 명령을 받았는데 그 일을 하기 위해 이 게릴라팀과 함께 일해야한다. 폭발 전문가인 로버트는 자신의 일에 대해선 자신이 있었지만 이 일 후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만 집중하자 하며 이 게릴라팀에 합류했는데 여기서 만난 마리아와 사랑에 빠진다. 마리아와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그녀와 육적인 결합 안에 큰 희열과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어진다. 마리아 역시 그 전에 자신의 몸이 더럽혀졌다고 여기며 힘들게 살아왔지만 로버트의 사랑으로 예전 악몽에서 많이 벗어난다.
이 마리아와의 관계는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의 주인공 프레데릭과 캐서린의 관계가 많이 떠오른다. 그 작품에서도 삶에 대해 크게 애착이 없고 여자에 대해서도 별 생각없던 주인공이 캐서린을 만나면서 진정한 삶을 발견하는 걸 볼 수 있다. 실제로 작가 헤밍웨이는 여자와의 관계를 통해 큰 위로를 받고 삶의 의미들을 다시 발견했던것 같다. 그 대상이 실제로는 여러명이긴 했지만 말이다.
결전은 날은 와버렸고 로버트 조던은 다리를 폭발시키는데 성공한다. 그 성공을 위해 함께 한 게릴라팀원들이 많이 희생했는데 가장 속상했던건 안셀모 노인이 다리가 폭발하면서 날라온 파편 때문에 죽은 것이다. 정말 그 노인만큼은 전쟁에서 살아나 평안히 살다가 죽길 바랬는데.... 안셀모는 <노인과 바다>의 노인과 같은 사람이다. 그의 우직함과 성실함,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겨서 전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죽이고도 너무나 괴로워했던 사람이다. 그냥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좋은 그런 사람이었는데... 이 작품이 소설인걸 알면서도 하늘이 그의 그 충성스러움을 귀히 여겨 전쟁에선 끝까지 보호해주시지라는 원망의 마음까지 들었다.
파브로, 필라르, 마리아까지 무사히 빠져나갔지만 안타깝게도 주인공 로버트는 말을 타고 달리다 공격을 받았는데 말이 넘어지면서 왼쪽 다리가 부러지고 만다. 이렇게 빨리 도망가야하는 상황에서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은 그냥 죽어야하는 운명인 것이다. 임무를 완수후 마드리드에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자고 마리아에게 약속해었지만 이제 지킬 수 없음을 알고 그녀를 불러 우리는 결혼했고 한 몸이 되었으니 우린 하나다. 그러니 나를 위해 살아달라는 유언을 한다. 마리아는 그와 있고 싶어했지만 파브르와 필라르가 데리고 가버린다.
이제 다리가 부러진 로버트 혼자 남아있다. 그리고 부러진 다리의 통증이 심해져서 자살하기 전에 적군이 와서 자신을 끝내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 와중에 적군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이왕 가는 거 임무를충실히 수행하기로 결심하고 적군에게 총을 겨눈 장면에서 작품이 끝난다.
개인적으로 이 마지막 장면이 정말 압권이었는데 나도 가끔 생생하게 죽는 장면을 상상해서 더 강렬하게 느꼈던 것 같다. 죽기 직전의 느낌은 어떨까? 어떤 생각을 할까? 만약 즉사하지 않고 서서히 죽어가는 단계라면 얼마나 힘들까?...
실제로 헤밍웨이는 아버지가 자살로 삶을 마감했고 그것이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인 역시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그가 죽음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상상했는지 이 작품 뿐 아니라 <킬리만자로의 눈>에서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제목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종은 총, 다리 폭발할 때 나는 폭발음 등 전쟁 자체를 의미 하는 것 같다. 그는 실제로 뚜렷한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참전하지 않았다. 전쟁에서 위기의 상황, 비참한 상황을 표현 하면서도 그 주변에 있는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빛나고 있는지도 같이 묘사한다. 마치 이 아름다운 자연속에 우린 왜 이렇게 목숨을 걸고 싸워야하는 가? 라고 계속 의문을 던지는 듯 하다. 그래서 전쟁의 비참함이 더 크게 느껴진 것 같다.
이렇게 헤밍웨의 작품들은 섬세하면서 거칠고, 큰 의미 없는 산발적인 말들의 열거 같으면서도 한 주제(대부분 죽음에 관해)에 대해 끽 소리도 안날정도로 몰아치는, 엄청난 몰입 하게 만드는 글들이 정말 매력적이다. 그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