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품고 싶은 곳
살면서 늘 가슴 한켠엔 뭔가 채워지지 않는 허함에 일상이 지루하고 즐겁지 않은 날이 많았다.
뭔가 변화를 주고 싶다.
오래 전부터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터라
나는 하루라도 빨리 지금의 환경을 벗어나 내가 꿈 꿔온 물소리,새소리,바람소리
그리고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꽃을 만날 수 있는 자연과 함께 하는 환경으로 이사를 하자는 마음이 제일 컸다.
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 당시에는 실행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였다. 남편 퇴직 전에는 불가능하다는걸 잘 알기에 그렇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을 꾸욱 참고 기다려야만 했다.
기회가 주어지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단 생각에 그때부터 열심히 시간을 내어 틈틈히 둥지를 틀며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으려 서울속 구석구석을 수도 없이 발바닥이 물집이 생기도록 발품을 팔며 열심히 찾아 다녔다.
왜냐하면 남편 퇴직을 얼마 안 남겨 놓고 있을때라 맘이 급했다.
난 시도때도 없이 중얼거렸다. 남편 퇴직과 동시에 살고 있는 지금의 이 동네를 뜰 거라고.
아니나 다를까 말이 씨가 된 듯하다.
간절한 그 맘이 통했던지 내가 원하던 자연을 품은 보물스러운 곳을 내 안에 품게 됐다.
남편 정년퇴직 4개월을 남겨두고 다행히도 일이 원하는 바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어
바로 4년 전 2월에 계약하고 그해 6월에 퇴직하고 이어 11윌에 이사까지
속전속결로 깔끔하게 마쳤다.
그리하여 지금 4년째
아주 만족하며 잘 살고 있다.
그 이름하여 귀하고 아주 보물스런 "구기동" 이다.
이 세상 행복을 다 얻은 기분이다. 무지 흡족한 마음이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자연과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곳이기에 더 없이 만족도가 크다.
바위틈에서 새어나와 떨어지는 작은애기 폭포도 있고
여리여리한 에스자 허리를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계곡도 있고
졸졸졸 흐르는 맑고 청아한 물소리는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 클래식음악이다.
때론 삶에 지친 나그네들에겐 솜사탕같이 달콤한 엄마의 자장가가 되어준다.
퇴직한 남편과 나는 하루일과를 자연과 함께 시작한다.
아침에 눈을떠 창문을 열면 바로 눈 앞에서 나무들이 아침인사를 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늘 그 자리에 와 있다. 사계절 다 다른 색으로 옷 을 갈아 입어 보이며 자랑한다.
봄 되면 뽀족이 연한 연두색 새순으로 시작해서 추운하얀 겨울 까지 변화무쌍이다.
겨울에는 또 색다른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벌거벗은 알몸으로 흰백의 눈을 받아 가지마다 눈꽃을 걸어 놓는다.
또 꽃피는 봄이되면 사방이 들꽃들의 축제로 묻어 나오는 그 살갖 냄새에 끼니를 걸러도 배가 부르다.
들꽃이 주는 달달한 향은 충분한 한끼의 끼니가 되고도 남음이다.
어디 그뿐일까 푸르름이 한창일때는 나뭇잎들이 그늘을 만들어 놓고 지나가는 나그네를 기둘른다.
땀방울이 사그라들즈음 짜잔 하고 바위틈새로 고개를 내밀며 두손으로 지 얼굴을 비벼대며 관심을 끌으려는 또 하나의 귀염둥이가 있다.
애기다람쥐다.
뭐라 하는지는 알아챌순 없으나 암튼 재밌다.
새소리,바람소리, 물소리가 협연을한다.
색다른 오케스트라가 된다.
기가막힌다 둘이 듣고 보기가 너무 아깝다.
또 하나 봄 이 되면 나를 미치게 하는게 있다.
그건 "으아리" 라는 들꽃을 보는거다.
이름처럼 향기가 어찌나 이쁜지
감당하기가 버겁다.
백색의 하얀 꽃인데
무지 소녀스럽다.
암튼, 구기동은 사랑이고 살고싶은 아름다운 곳이다.
아름다운 곳 에서 살고 있는것에 매일매일 감사한다.
구기동 예찬론자가 됐다.
생전에도 사후에도 구기동을 지키며 사랑할란다.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