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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아리 Mar 08. 2024

내가 봄이다

내 삶에 감사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여기저기 널려있는 일상의 행복을

아낙의 행주치마에 주어 담는다.



그리고 봄으로 갈아입는다 옷을

내 몸뚱이에다.

예쁜 꽃무늬 쉬폰 원피스로.

덩달아 기분도 샬랄라다.




이젠, 누가 뭐라 해도 봄.

발뒤꿈치소리 왕따 시키며

살곰살곰 알게 모르게 어느새

봄은 이렇게 긴 여정을 돌고 돌아서

“다시 봄” 되어 선물 봇 따리

가득 들고 우리네 일상 속으로

흔들림 없이 아름답게 안착했다.



내가 좋아하는 모란꽃도 곧,

봄 햇살의 마술에 걸려 내 얼굴보다도

더 큰 꽃송이를 만들어 낼 것이고,


또한 새들은 노래하고,  

잡힐 듯 말 듯 약 올리는 아지랑이 에스코트

받으며 노랑나비 흰나비는 날개 짓하며 춤추고  

그리고 초록의 수많은

이파리는 산천초목을 물들이려

여기저기서 까꿍 놀이가 시작될 거다.



그러면 까꿍 소리에 놀란 초록의

이파리는 화장기 없는

보드라운 얼굴을 내밀며

세상 밖으로 뛰쳐나올 것이고,

초록이는 그렇게 세상을 축제의 장으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아름답고 아주 신랄한 초록의 세상으로...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기대가 된다 매년 받는 봄이지만

그 감정 또한 매번 다르다.

올봄은 유난히 손꼽아 기둘렀다.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앞마당에 심고서 두 해째 보게 될

모란꽃이 송이를 몇 개나 물고 올지

그 궁금함 때문이다.

‘아마 봄이라서 그렇겠지?’

모란꽃이 오는 길목에서니

설렘이 봄 파도 되어

마음속 밑바닥서부터

요란하게 차오른다.

매일이 싱숭생숭 사춘기 소녀다.



오라는 데는 없지만,

봄옷을 예쁘게 차려입고

내가 “봄”되어 그냥

이유 없이 집을 나선다.



얼마를 걸었을 때의 일이다.

어머! 나를 길동무

해주려고 기다렸는지

겨울을 견디고 나온

장한 초록이 하나가

돌 틈 사이에서 삐죽이

얼굴을 내밀고

잠시 얘기 좀 하자며

치맛자락을 잡아당긴다.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셧터를 누르며

따뜻한 다른 한 손으론  

초록이 얼굴을 감싸고

혼잣말을 건넨다.




참! 사랑스럽다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부지런히 봄 햇살을 받아먹고

보라 꽂을 피워 주겠노라는 초록이의

약속을 받고 난, 바로 옆  

길모퉁이에 자리한

예쁜 카페 안에 발길을 들인다.



창 넓은 제일 근사한 자리에

내 몸을 앉히고

진한 커피 향에 더한

선물 같은 따스한 봄햇살을

입 안 가득 밀어 넣고

오물오물 살갗에

물들일 찰나 이 행복 “삼켜, 말어”



잠시 1초 고민 끝에

결국 입에서 몸속으로 넘기며

순순하게 바통터치 해준다.



행복이 별 건가!




놓치고 싶지 않은 이 귀하고 소소한 일상들...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있음에,

숨 쉴 수 있음에, 그리고 수많은 세상의

아름다운 것 들 보고, 느낄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아! 진심 행복이다.

사랑스러운 햇살마저 내 행복에 보태준 내 날.

오늘은 오롯이 내 날이었다.

다시 한번 지금의 내 삶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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