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 가고

by 소언


갔어 가을

밤사이

몰래 꽃신 신고서

안녕도

못 했는데


왔어 겨울

오라하지 않았는데

하얀 고무신 입고

소복 걸치고서


준비 안 된

만남이라 어색해

일 년 만에 만난 것도


아직 내 맘엔 가을이

들어 있어

미안해!

고백하자면


너를 편애해

주저앉는

뒷모습이 더럽고 추해서


깨끗한

앞모습만

아름다움이고 감동이지


하얀 눈은

두 얼굴을 가진

백색여우


밤새

하얀 비밀 이벤트로

여우놀이 했잖어


나뭇가지마다

떡가래랑

백설기 올려놓고


세상사

목에 걸려

내 잠 서 있을 때


네가 와

더러움 덮었으니

그건 앞모습


오늘밤은

겨울밤 내 잠 눕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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