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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만 May 31. 2017

'시드르 나무'

오래전 에덴동산에 서 있던 그 나무


에덴동산의 가운데에 한 그루 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키가 크고 무성한 그 잎들이 아담과 하와에게는 낮 동안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동산의 하늘을 나는 새들은 그 나뭇가지 사이마다 둥지를 만들었다.  봄이면 벌들은 그 나무에서 황금색 꿀을 모았고 벌들이 떠나고 난 가지 끝에는 탐스러운 열매가 열렸다.  아담이 그 나무를 어떻게 불렀는지 지금에 와서는 도통 알 길이 없으나 나중 사람들은 그 나무를 '시드르(Sidr)'라고 했다.


이슬람의 천국은 일곱 개의 하늘로 나뉘어 있는데 그 천국과 천국 사이는 날개 달린 천상의 말 '알 부락 (Al Buraq)'을 타고 이동한다.  천국의 맨 꼭대기에 있는 마지막 천국의 경계에 한 그루의 나무가 서 있는데 알라께서는 그 어떤 인간이나 천사도 이 나무를 절대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이 나무가 에덴동산의 가운데에 서 있던 '시드르'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다 '안나스'가 보낸 유대 성전의 군속들에게 납치된 예수가 로마 행정관 '필라투스'에게 넘겨져 고난을 받을 때 예수를 핍박했던 로마의 병사들이 예수의 머리에 씌운 가시 왕관은 '시드르' 나뭇가지를 둥글게 말아 만든 것으로 예수는 그 가지의 단단한 가시로 인해  극심한 고통과 모멸을 느끼며 일찍이 아브라함과 그의 아들이 번제를 위해 올랐던 모리아 산까지 그 가시 왕관을 쓴 채 십자가를 짊어져야만 했다.


오래전부터 아랍인들은 죽은 자를 장사 치를 때 시드르 나무의 잎으로 그 몸을 닦아 내었고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가 일곱 개의 그 나뭇잎으로 몸을 씻어 내면 악마나 병으로부터 온전히 보호받는다고 이야기를 했다는 전승을 믿어 시드르 나무 잎을 곱게 갈아 그 가루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었다.


예멘 동부와 사우디 아라비아 남부 접경지역인 '하드라마우트'지역에 자생하는 시드르 나무에서 나는 '시드르 꿀(Sidr Honey)은 뉴질랜드의 '마누카 꿀'과 더불어 세계 2대 꿀로 그 명성이 높은데 예멘 현지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1킬로 그램에 약 200 USD이고 겨울철에는 그 가격이 1,000 USD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호박색으로 점성이 강하고 염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는데 사우디 아라비아 '앗 쉬파'라는 회사에서 제조하는 상품을 현지 슈퍼 등지에서 판매를 하고 있으나 이 꿀이 이렇게 대량 유통될 만한 양의 근거가 있는가는 한 번쯤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에덴동산의 한가운데에 선악과나무가 있었고 꽃이 지고 난 자리마다 노랗게 영글었던 그 열매는 익어가면서 점점 붉게 변했는데 하나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 열매의 유혹은 하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와의 호기심으로 인해 아담과 하와는 낙원을 떠나야만 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인간들은 그 나무의 가시로 왕관을 만들어 그 가시 면류관(Ziziphus spina christi)을 예수의 머리에 씌운 뒤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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