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통을 엄마와 지나던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한다
가난한 엄마는 아이를 타일렀다
"저거 못쓰는 거야. 집에 가면 지난번에 산 것도 있잖아"
타일러도 막무가내던 아이는 집으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그런 아이가 못내 안쓰러운 엄마가 방으로 밥상을 들인다
궁핍한 형편이라 밥상에는 콩나물국에 나물 무침 하나가 덩그러니 찬으로 올랐다
아이는 한 숟갈 밥을 떠 넘기다 말고 이내 수저를 상 위에 내동댕이친다
"콩나물이 써. 나물도 쓰고. 둘 다 써서 못 먹겠어"
엄마는 그런 아이의 엉덩이를 문간에 걸어 둔 빗자루를 써서 두어 차례 내려쳤다
"엄마가 버릇없이 그러는 거 아니라고 했지? 자꾸 그러면 써? 못써?"
아이는 서럽게 아빠를 찾으며 울음을 터트리다 잠이 든다
밤늦게 귀가한 아빠는 문 지방에서 머리에 쓴 낡은 모자를 벗은 후 먼지를 털어냈다
불이 꺼져있는 깜깜한 방에서 전등 스위치를 손으로 더듬어 전등을 켰다
"불을 쓰지 않고 왜 이러고 있소?"
아내는 이불에 얼굴을 반쯤 뒤집어쓰고 잠든 아이 곁을 지키다 말없이 남편을 맞았다
남편을 보자 아내의 설움이 울컥한다
"우리 조상님들 묘를 잘못 썼나 봐요. 왜 이렇게 용을 쓰고 살아야 하는지."
그런 아내가 안쓰러운 듯 남편이 아내 옆에 앉았다
"돈을 다소나마 융통해 쓰려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 봐도 잘 안되네."
아내가 남편에게 밥상을 차려 낸 뒤 밥을 한술 뜨는 남편에게 무언가를 내어 민다
"아이 학교 입학통지서예요. 보호자가 써서 학교에 내야 한다고"
남편이 밥을 몇 술 뜨다 말고 아내의 손을 꼭 잡으며 울다가 잠든 아이를 바라본다
"우리 조금만 더 참아봅시다. 아이를 위해서도. '고진감래'라고 하지 않소?"
아내와 남편이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다 서로의 손으로 아이의 양 볼을 쓰다듬어 본다
그날 밤 가을을 재촉하는 풀벌레 울음소리가 '쓷쓷쓷' 거리며 가난한 부부의 귀에 밤새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