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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만 Sep 06. 2017

가을엽서


마음이 지쳐 더러 위로가 필요했던 날

손금을 들여다보듯이 돌계단에 주저앉아

혼자 마을을 내려다 보았을 때


그 오래된 골목길 층층이 널린

흰색의 빨래들은

가을 운동회의 깃발마냥 푸른빛으로 펄럭거렸고


시골 부엌 불 꺼진 아궁이처럼

지난여름의 온기가 희미하게 버티는

교회 지붕 위에는 비둘기 몇 마리가 쉬고 있었다


해마다 계절이 변하는 것

아쉬워 말자

아쉬움 지나면 또 기다려 지듯이


여름 한 철 매미들 울던

그 높은 나무의 가지마다

나뭇잎들 빛 바랜 엽서처럼 매달


하루 종일 가을바람에 재잘거리

어느날 훌쩍

바람 우체부의 투명한 가방에 담기면


그리운 사연들 온 세상에 전해지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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