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골목길

by 오스만


일방통행 길의 높다란 베란다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카이로의 건조한 골목길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최근 일년 사이 거리에 흑인이 부쩍 늘었다거나 자전거를 타고가는 청년이 무엇을 배달하러 간다거나 삼거리 교통경찰 초소에 앉았던 나이든 경찰관이 몇달 전 정년퇴직을 했다는 소소한 이야기를 아이들 엄마와 주고 받는다


또 커피 한 잔을 내려서 마시기도 하고 혼자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골목길 담벼락 너머 시립 고아원 마당에 선 키다리 나무들의 군락에 눈길을 오랫동안 보내기도 한다


저녁기도를 알리는 아잔소리 너머로 해가 지고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하는 시간이 되면 지평선을 따라 점점이 연결되는 민가의 불빛들 위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궤적을 눈으로 좆아 보기도 한다


지난 금요일에는 모스크에서 정오기도를 바치고 귀가하는 노인 세명이 다리가 유난히 불편해 보이는 가운데 한 명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손을 마주 잡은채 느리게 걷는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다


"저들에게도 젊은 날들이 있어 골목길 여기 저기를 뛰어 다니며 하루를 보내었던 시절이 있었겠지" 하는 생각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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