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그 추운 겨울이어야 했을까
파리 북역에서 늦은 저녁 열차를 타고
절반쯤 졸다 도착했을 때 즈음 시간은
이미 자정을 아슬하게 지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도 이미 하루 지난 아침
알자스 스트라스부르 시내는 온통
밤부터 이어진 진눈깨비로 가득했다
골목길 쇼 윈도를 성냥 파는 소녀처럼
기웃거려 보았으나 문은 꽁꽁 잠기었고
운하에서 불어대는 바람이 온통 얼려버린
돌바닥 여기저기의 살얼음을 엉금엉금 한
걸음으로 미끄러져 지나갈 때 어디선가
오르간 소리를 꼭 닮은 바람이 불었다
주머니에 웅크린 두 손을 꺼내 호호 불다
그 불빛들 채 꺼지지 않은 크리스마스의
흔적들이 오색으로 반짝대는 광장의 끝
오래된 대성당의 나무 문을 소리 없이
열고 들어 가 추위에 곱은 두 손을 비비며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기도를 드렸다
성당 앞에는 채 끝나지 않은 크리스마스
마켓의 천막들 안으로 사람들 몇이 어울리다
뱅쇼 한 모금을 더운 국물처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