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유독 네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었을 지도 모른다
늦은 밤 문득
조바심을 느끼다
새벽경 출발한다는
기차를 타기 위해
그 역을 찾았을 때
안개 때문인지
공기는 온통 축축하였다
화물 가득 실은 열차
멀리서 달려 올 때
띵띵거리는 종소리를 배경으로
한 번씩 안개가 열렸고
내 기다림과 실망이
교차로를 가리는
차단막처럼 자주 반복할 무렵
마침내
내 기다렸던 열차
천천히 굴러 와 플랫폼 앞에
바퀴를 멈추었다
그제야 비로소 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꼬깃하게 접힌 차표를 꺼내어
타고 가야 할 객실이나
좌석번호 또 확인하다
불 켜진 객실 유리창만
두리번 거렸다
어차피 세상은
기차바퀴처럼
굴러가는 것이 아니냐
폭풍이 몰아치는 날이든
해가 쨍한 날이든
기차는 짧은 하품
한 차례도 없이
바닷가 긴 방파제
그 길을 막아서지 않는다면
어디로든 달려갈 수 있는게 아니냐
반들하게 윤을 내는 은색 철길을 따라
내내 가픈 숨 토해내며
열 맞춰어 전진하는 둥근 바퀴들
아침을 기다리던 철도원
마지막 수신호 보내면
완행역 한켠에서 잠시
쿵쿵쿵 맥박 내려 놓았다
길게 기지개 한 번 켜고
함성같은 기적
도로 내어 뱉으며
들판과 들판을
터널과 터널을
마을과 마을을
산맥과 산맥을 또
달려가는 기차 한칸
객실에서 늦은 잠 청해보다
어쩌면
나는 바다가 보이는 어디쯤에서
불현듯 잠이 깨어 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