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밤에 내리는 눈.
하루가 저물었다 마악 생각이 들 무렵에도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였다는 걸
알지 못했다
좀처럼 잠은 오지 않았고
한참 눈을 감은 채 뒤척이던 시간
눈은 사락사락 쌓였는지 모른다
가만히 일어나 침대 시트를 축축하게
적시는 이유를 찾아 어두움 속을
더듬거릴 때에야 눈이 내린다는 걸 알았다
이따금 봄에도 눈은 내린다는 사실
납득은 하였으나 그 밤 내렸던
눈은 뜬금없어 반가웠다
겨울 지나고 봄 꽃들 물감으로 여기저기
번졌던 마을은 다시 하얀색
바탕으로 색이 바뀌었다
한낱 눈속임도 순간 망설임도 없이
그날 밤 내내 거짓말처럼
눈은 멈추지 않았다
새벽시간 아이마냥 들떠 거리로 나섰지만
마자르인들이 산다는 그 마을엔
닭울음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다
다만 밤과 아침의 경계에 선
사거리 신호등 불빛 혼자 깜빡깜빡 대던
그 밤은 영영 끝날 듯 싶지 않았고
마을을 여러 바퀴쯤 빙 돌다
불 꺼진 방으로 돌아온 내
잠은 끝내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