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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오후

광릉 수목원

by 오스만

앙상한 나무가지들이 하늘 방향으로 길게 늘어 서 서 있었다. 청량리 어디쯤에선가 무작정 버스를 타고 내렸던 광릉 수목원.


오후 세시를 지나 사람들 왕래가 일찌감치 끊긴 그 길 위에 우리 둘이서 발자국을 여기저기 쿡쿡 찍고 있을 때 민들레 홀씨처럼 내리던 눈송이들 바람을 타고 흐르는 폭설로 이내 변했다.


마주잡은 손끝으로 전해지던 온기에 화들짝 하고 놀라 고개 돌려 얼굴 한번 쳐다보면 당신은 살짝 나를 올려다 보며 "이제 어쩔거야" 하는 표정을 지었지.


날은 이미 어둑해져 먼 마을 창들에 불들이 하나 둘 밝아 오는데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청량리행 버스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


세상 일이란 그런거야. 오지 않는 버스를 지루하게 기다리는 일처럼 오롯이 참고 견뎌야 하는.


막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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