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세상 모든 그리움
눈으로 내리는 날
서걱서걱 내리는 눈
밟으며 아이처럼
서점에 갔다
바르샤바 중앙 기차역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 미리 내려
눈을 밟으며 갔다
눈 내린 세상이
하얀
모래사막과 같다는 생각
잠시 떠올리다
도로 위
자동차들도
마치
느리게 걷는
낙타처럼 보였다
서점에 들르면
오래된 우표를 사듯이
책을 한 권 사고 싶어진다
읽지 못하는 이국의 언어
가득한 그 물건을
손에 들고
책장을 갓 펼치면
아주 익숙한 냄새가 난다
세상의 모든 책들은
그 냄새가 같다
갓 구워진 빵들이
한결같은 냄새를 전해 주듯이
오늘도 나는 바르샤바 중앙 기차역
인근 서점에서 책을 한권 사서는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내
그 냄새 맡았다가
눈 내리는 풍경 오래오래 쳐다보기를
번갈아가며 했다
세상 근심걱정
눈으로 아득히 덮이는데
그것은
애쓰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하늘의 언어,
걱정 말라고
걱정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