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학부모 #교원평가 #동료교사 #상조회 #급여 #근태
2023년 7월 5일 수요일, 첫 면담을 진행했다. 날은 화창했고 이야기는 뜨거웠다. 첫 선생님과 나눈 진솔한 대화를 통해 우리가 학교에서 무엇으로 인해 힘들고 또 행복한지 돌아봤다. 그 네 번째 이야기.
면담 대상자: 6년 차 역사 선생님 / 현 고등학교 재직
기록자: 5년 차 국어 선생님 / 현 중학교 재직
(3화에 이어서) 이제 학부모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담임교사로서 학부모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세요?
저는 학교 교육이 학생의 모든 부분을 돌볼 수 없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 학년 첫인사나 설문지 보낼 때, 가정에서 학생과 대화 많이 나눠주시고 규칙적인 생활이나 공부 환경 협조해 달라고 부탁드려요. 단, 담임교사와 학부모 사이는 어느 정도 선이 있는 관계가 좋은 거 같아요.
응대하기 쉽지 않은 학부모를 만났을 때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는지도 궁금합니다.
원리 원칙을 많이 강조하고 주로 제 선에서 해결합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안 통하면 학년 부장님이나 교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요. 몇 해 전 교권 침해 사안도 학년 부장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경력 교사는 학부모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학부모에게 무시당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에 많은 경험이 있고 대처가 노련한 관리자, 부장 교사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학부모와의 충돌 경험 중 가장 황당한 적은 언제였나요?
학생을 혼내고 집에 보냈는데 학부모한테 왜 자기 애만 미워하냐고 연락받은 적 있어요. 애가 혼나서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는 거였어요. 아이의 말만 듣고 학부모가 그 입장을 변호하려고 연락한 거죠.
상황 전체를 보지 않고 본인 자녀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연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학부모가 자녀를 담임교사에게 일정 시간 동안 맡긴 거잖아요. 그 시간 안에서 담임이 뭐라고 할 때도 있죠. 어떻게 좋은 소리만 하겠어요. 그런데 전후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담임에 대한 존중이나 예의 없이….
휴….
요즘 하도 아동학대니 뭐니 그러죠. 학생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아동학대라고 해버리니까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할 근거도,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교사가 학생을 정당하게 지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했다고 아동학대라는 논리로 따지면 저는 이미….
경찰서에 신고가 들어가면 교사는 가서 조사받아야 해요. 절차니까. 지도 과정을 설명하고 학대가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겠죠. 일반적인 교육 활동이나 지도 과정에서 학생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다고 해서 그걸 아동학대로 치부해 버리고 교사가 상처받는 이 상황은 정말 좀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교사와 학생 간에 라포가 없을 경우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그런데 학생과 라포가 없는 교사도 지도할 권한이 있죠. 예를 들어 급식 지도나 수업 보강. 그런데 교사가 본인이 담당하지 않는 학년 보강 들어갔는데 기분 나쁘게 했다고 학생이 112에 신고한 경우도 봤어요.
이거는 아니죠.
학부모가 학교에 바라는 건 무엇일까요?
아이들을 위해 많은 걸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죠. 근데 저는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학부모가 학생에게 그 점을 주지시켰으면 좋겠어요.
교사에게 바라는 건?
수업 열심히 하는 거, 잘 가르치는 거 아닐까요?
그거는 당연하고 거기에 더해 우리 애 기분도 좀 살뜰히 살펴줬으면 좋겠고….
아우, 그거는 (교사) 영역이 아니죠.
저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그런 것도 바란다고 생각해요.
그건 교사 영역이 아니고, 나아가 교사 영역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게 필요해요.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진지한 상담이나 조언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그런데 지금은 그조차도 잘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학부모 대부분은 괜찮아요. 다만 몇몇이…. 이 주제에 관해 더 하고 싶은 말씀 있나요?
‘고객님 마인드’가 큰 학부모들이 있어요. 물론 학부모가 무언가 요구할 수 있고 학교는 무리가 없다면 수용하는 게 맞죠. 그런데 동네 문화센터처럼 학교에 드나들고, 시험 감독 봉사하러 와서 간식 타령을 하고…. 지역사회 주민이 학교 교육에 참여하도록 만든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교원 평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제도가 왜 있는 거죠? 교사가 자신의 교육 활동을 되돌아보게 하는 취지는 인정해요. 그런데 교사를 폄훼하고, 학생이나 학부모가 고객님이 된 것처럼 자신들이 받는 서비스에 대해 평가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잘못된 거 같아요. 제도를 만들 때 서술형 문항에 교사를 성희롱하는 발언이나 욕설을 필터링하는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놓지 않고 학교 현장에 하라고 던져줬죠.
작년에 문제가 됐죠. 익명으로 운영되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봐요.
이런 제도를 시행하려면 교사들이 상처받지 않게끔 촘촘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죠. 그런데 익명성 뒤에 숨어서 음해하는 게 정말 쉽고, 욕설, 성희롱 발언은 하나도 필터링이 안 되고, 그런 말을 쓴 사람이 책임도 안 져요.
교사는 어떤 방어 수단도 없이 당하는 거예요.
저는 그래서 안 봐요. 거기 있는 글이 다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제가 수업 때 자체적으로 조사해도 돼요.
평가 내용 보면서 힘을 받을 때도 있지만 잠깐 그거 힘 받자고 여러 사람이 상처받을 가능성이 너무도 큰 그 공간을 지금의 방식으로 열어두는 건 무리가 있어 보여요. 교사는 사실 매일 평가받잖아요. 옷을 뭐 입었네, 표정이 어떻네, 가르치는 실력이 어떻네…. 사회인으로서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때로는 치명적이기도 하다.
개선이 필요해요. 제도로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를 둘러싸고 있는 주체는 학생, 학부모만 있는 게 아니에요. 다른 교사와 함께하는 생활, 즉 회사로서 학교가 어떤 곳인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 주제는 교직을 고민하거나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동료 교사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시나요?
기본적으로 서로 돕자는 자세를 취합니다. 그런데 지내다 보면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속 보이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분은 자연스럽게 멀리합니다. 모든 사람이랑 잘 지낼 필요는 없으니까요.
교사 조직의 특성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경험한 교사 조직의 장점을 꼽자면 구성원이 대체로 순한 품성이었어요. 극단적인 사람 별로 없고. 그런데 일하면서 작은 일로 서로 얼굴 붉히는 경우가 꽤 있고 저 또한 어느새 그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별 게 아닌 걸로 감정 상하는 경우가 있죠. 학생들이나 다른 데서 받은 스트레스가 잘 해소되면 괜찮은데 해소되지 않았을 때 이상한 방식으로 터지는 거 같아요.
힘이 되었던 선생님 있나요?
이번 학교로 와서 선배다운 선배를 만났어요. 한 번씩 선생님들끼리 모이는 자리 만들어서 힘든 얘기 들어주고 본인의 경험도 나누어주세요. 공유해 주는 방법을 듣고 학급 운영 등에 적용해보기도 하죠.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회식은 좀 줄었어요. 다만, 일종의 친목 모임인 상조회는 학교마다 운영되죠.
예전처럼 공동체 의식이 끈끈할 때는 상조회가 의미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고 있죠. 그럼에도 반강제적으로 돈을 걷어서 퇴직하는 분들에게 지급해요. 상조회 규정을 보면 연배 있으신 분들이 혜택 입기에 좋은 내용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어요.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죠.
병가 위로금이나 임신 축하금을 지급하는 등 젊은 교사들도 상조회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규정이 실질적으로, 매력적으로 바뀌어야죠. 그런데 지금은 규정은 그대로고 퇴직자들에겐 적지 않은 돈을 지급해요. 아무도 바꾸려고 하지 않고요. 또 경조사, 특히 장례의 경우 어느 선까지 지급할지 제대로 합의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이러면 돈을 꼬박꼬박 냈더라도 아무 보상도 못 받고 마음 상하는 경우가 생기죠. 그런 경우 상조회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건가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규정을 잘 몰랐네요.
선생님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싶다면 규정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해요. 그리고 상조회장이나 총무도 그들이 수고하는 것에 충분한 보상이 이뤄졌으면 좋겠고요.
선생님이 퇴직할 때 상조회에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못 돌려받죠. 그래서 상조회에 가입 안 했어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축하하고 위로할 일이 있으면 개별적으로 해요.
돈 이야기 나온 김에, 급여에 관한 생각은?
너무 적어요. 현재의 급여 수준을 유지하려면 저는 교사 겸직 허용해야 한다고 봐요.
성과상여금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필요하다고 봐요. 기피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응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죠. 물론 등급 간 지급액 차이가 너무 나면 안 되겠지만요. 학교 안에서 일을 많이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분명 나뉘기 때문에 저는 성과상여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면평가의 방식은 합당하다고 보나요?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평가 방식을 정하는 거니까 합당하다고 봅니다. 다만 기준안이 부장 교사에게만 유리하게끔 마련되는 건 지양해야겠죠.
마지막으로 학교 근태 운영에 관한 의견 있으신가요?
주변 교사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자신의 수업, 직무에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결재 승인이 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전에 보고하려면 나이스 시스템이 왜 있죠? 관리자를 생각하는 분들은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과 저의 대화를 읽는 사람 중에는 임용고사를 보거나, 볼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도 있으실 거예요.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저도 아직 고민 중입니다. 교사를 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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