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교권침해 #학교의미래 #교사도행복한학교
2023년 7월 5일 수요일, 첫 면담을 진행했다. 날은 화창했고 이야기는 뜨거웠다. 첫 선생님과 나눈 진솔한 대화를 통해 우리가 학교에서 무엇으로 인해 힘들고 또 행복한지 돌아봤다. 그 마지막 이야기.
면담 대상자: 6년 차 역사 선생님 / 현 고등학교 재직
기록자: 5년 차 국어 선생님 / 현 중학교 재직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경험해 보셨잖아요. ‘중학교보다 고등학교가 근무하기 낫다.’라는 명제는 참일까요?
저는 참이라고 생각해요. 고등학생은 그래도 어느 정도 큰 애들이니까요. 인문계든 특성화든 고등학교는 학생 본인이 앞으로 어떤 거를 하겠다고 대략적인 방향을 정해서 진학한 거죠. 그래서 교사가 뭘 하라고 할 때 학생들이 왜 해야 하는지 알고 대부분 목표에 맞게 행동해요. 그런데 중학교는 학생 나이도 너무 어리고, 자퇴가 안 되니 힘들죠.
중학교는 학생이 왜 앉아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 설득해야 하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고등학교는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고등학교는 하기 싫으면 자퇴하니까요.
저의 경우 중학교에서 시간 강사로 교직을 시작했고, 기간제 교사 생활도 중학교에서 이어오고 있어요. 그런데 듣다 보니 이제 막 기간제 교사를 시작하려는 분들은 첫 근무를 고등학교에서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들로 인한 에너지 소모가 중학교에 비해 적고, 교과 내용 수준이 좀 더 높으니까 임용고사 준비하기에도 괜찮을 거 같아요.
업무를 차근차근 배우기에도 좋죠. 저도 선택권이 다시 주어진다면 고등학교에서 시작하겠어요.
선생님과 저의 대화를 읽는 사람 중에는 임용고사를 보거나 볼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도 있으실 거예요.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저도 아직 고민 중입니다. 교사를 해도 괜찮을까요?
현재와 같은 처우면 저는 말리고 싶어요. 급여가 낮고, 학교 관리자들은 교사를 보호해 주지 않고, 학생들은 거칠고,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데 법적인 근거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요. 이 상황에서 교사가 좋은 직업이니 하라고 말은 못 하겠어요.
교사로서의 나를 좀 돌아보죠. 교사 일이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맞지 않아요. 가르치는 일만 하면 맞는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렇게 여러 사람을 많이 상대할 만큼 (저의) 에너지가 큰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한 학급의 3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요?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요.
‘가치’라 함은?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역할을 교사가 하죠. 학생이 무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을 저와 공유하고, 제가 학생에게 조언하는 순환이 한 학생의 성장 과정에서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직은 가치가 있죠.
교사가 된 후 최대 위기는?
반 학생에게 욕먹는 교권 침해 당했을 때요. 해당 학생을 학급에서 분리 조치한 것에 대해 학부모가 비난하고, 관리자는 애매한 태도를 취한 그때가 가장 큰 위기지 않았나….
어떻게 마음을 다독이며 상황에서 벗어나셨어요?
상담받았어요. 교권 침해를 당하면 교육청으로부터 지원이 나와요. 그래서 무료로 열 번 상담받을 수 있었어요. 그때 받았던 상담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좋은 영향을 줬어요.
저도 학교 일로 힘들 때 전문 기관에서 상담받았는데 좋았어요. 마음이 힘들 때 전문적으로 상담받을 필요가 있어요.
상담 관련한 교사 복지가 확대되었으면 좋겠어요. 교권 침해를 당하고 나서만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교직 생활을 하며 마음이 힘들 때 보살펴주는 제도들이 갖춰지면 좋겠어요.
힐링 캠프 연수 그런 거 말고….
바우처를 달라고 바우처를. 10회분의 상담을 왜 애한테 쌍욕을 먹고 나서야 할 수 있는지…. 이거 진짜 좀 개선이 필요한 거 같아요.
지금은 상담을 안 받으시잖아요. 학교에서 일하면서 자신만의 멘탈 관리법 있나요?
운동하고, 순한 애니메이션 같은 거 보는 거.
지브리 애니메이션 같은 거 보고.
네. 그리고 학교에서 최대한 빨리 나오는 거.
학교 교육에 대한 선생님의 전망은 어때요?
애석하게도 전망이 좋지 않아요. 예전에는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면 성공한다는 믿음 때문에 학생들을 동기부여 시킬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죠. 공부 잘하는 상위 클래스 애들은 (학교 교육의) 혜택을 받아서 대학에 가는데,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 학교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그 애들이 학교를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고 할 때 붙잡을 수 있는 이유가 없어요. 그래서 슬픈 일이지만 앞으로 학교가 지금만큼의 효용성을 갖기는 어려워 보여요. 교육의 방식은 더욱더 다양해질 거고, 공부 이외에 사람들이 성공하거나 돈을 많이 벌 방법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 교육이 지금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싶어요.
선생님께서 교사로서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자. 그리고 애들이 성실성을 잘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는 교사가 되자. 딱 그 두 가지요.
한 인간으로서의 지향점은?
그냥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너무 바쁘게 쫓기는 거 말고, 그냥 여유롭게.
(웃음) 방학이 있어야 한다.
방학할 때가 된 거 같아요. 이런 마음이 커지는 걸 보니까.
교사가 원하는 학교는 무엇일까요?
교사가 행복한 학교죠.
이 대화의 지향점입니다. 교사도 행복한 학교.
그게 안 돼서 지금 많은 선생님이 힘든 거고, 매일 뉴스에 나오고….
교사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첫 번째, 가르치는 데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하죠. 두 번째, 가르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상처받지 않아야죠.
두 번째는 가르치는 능력에 대한 평가를 말하는 건가요?
아니요. 기본적인 존중요. 수업할 때 전자기기 집어넣고, 학원 문제지 안 풀고, 다른 짓 안 하고 이런 거요. 그리고 자녀의 이런 행동을 학부모가 인지했을 때, 학부모는 잘못되었다고 학생을 지도해 줘야죠. 그런데 교사에게 “애가 그럴 수도 있죠.”, “공교육에서 해주는 거 없잖아요.”, 이런 식으로 나오면 뭘 할 수가 없어요.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학교는 무엇일까요?
학생과 학부모가 행복한 학교겠죠. 그런데 그 행복이라는 게 교사에 대한 존중, 믿음을 바탕으로 실현되는 거였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좀 저울이….
저울이 너무 학생, 학부모에게 기울어 있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선생님이 꿈꾸는 미래는?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계속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순간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기 어렵게 되면 그때는 정말 (학교를) 그만두거나 다른 직업을 찾아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래도 내 교과를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조금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일을 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인터뷰 소감 말씀해 주세요.
지난 6년 동안 나 자신이 너무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나의 권리, 내 행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겠어요.
첫 면담 이후, 많은 일이 일어나고 알려졌다. 학교는 변화할 수 있을까? 선생님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이야기하겠다.
- 본 글의 저작권은 '오아심스'에게 있습니다.
ⓒoashi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