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담임교사 #학생
2023년 7월 5일 수요일, 첫 면담을 진행했다. 날은 화창했고 이야기는 뜨거웠다. 첫 선생님과 나눈 진솔한 대화를 통해 우리가 학교에서 무엇으로 인해 힘들고 또 행복한지 돌아봤다. 그 세 번째 이야기.
면담 대상자: 6년 차 역사 선생님 / 현 고등학교 재직
기록자: 5년 차 국어 선생님 / 현 중학교 재직
(2화에 이어서) 다음은 담임교사 역할에 관한 질문입니다. 이 주제를 넣은 건 제가 담임하는 게 좀 힘들어서 (웃음) 다른 선생님들은 어떤지 들어보고 싶어서였어요. 담임교사 역할이 교사 생활의 '꽃'이라고들 말하는 것에 동의하시나요?
꽃이 아니죠. 꽃 말고 한 글자 생각이 나는 게 있는데….
(웃음) 그만하시죠.
꽃은 아닌 거 같아요. 여기까지 할게요.
올해까지 6년째 담임교사를 하고 있는데 학급 관리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이 본인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죠. 교실 깨끗하게 잘 쓰는 거, 청소 제대로 하는 거,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는 거. 또, 청소 구역 나눌 때 보통 교실 쓸기, 닦기 담당을 기피하는데 역할 배정 공정하게 하려고 신경 써요.
학년 초에 학급 관리의 방향이 학생들에게 잘 공유되어야 하잖아요. 선생님은 주로 어떻게 하시나요?
지켜야 할 규칙과 선을 명확하게 알려줘요. 올해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학생들이 지켜주길 바라는 것을 딱 정리해서 3월 첫인사 때 설명했어요. 그리고 그 내용을 뽑아서 교실 앞에 붙여놨어요. 그런데 그 효과가 지금도 커요.
눈에 보이는 게 효과가 크죠.
담임이 어떤 것을 싫어하고, 이 학급의 규칙이 무엇인지 학생들이 인지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니까 제가 실망하는 부분도 적어요. 처음에는 ‘담임 선생님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렇게 적어놨는데 다른 선생님의 조언을 들어서 ‘반드시 지켜주었으면 하는 것’으로 바꿨어요.
권유하는 표현으로.
네. 그리고 그 내용을 학부모님들께 문자로도 보냈어요. ‘저는 한 해 동안 학급을 이렇게 경영하고 학생들을 지도할 계획이니까 많은 협조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미리 이야기하면 나중에 학부모와 상담하거나 갈등이 있을 때 저를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죠.
처음에 안내한 틀 안에서 지도하는 거니까.
그렇죠.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학생들도 담임교사의 지도가 일관성이 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내년에도 담임을 하면 이 방법을 쓸 거 같아요. 지금은 B4 사이즈에 가로로 해서 붙여 놨는데, 내년에는 아예 뒤 게시판에 600*900, 시간표 사이즈로 크게 붙이려고요.
추가 의견은 규칙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학생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담임교사가 조정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독재가 아니니까. 그러면 담임교사를 하면서 보람은 언제 느끼세요?
한 해를 마칠 때, 학급 안에서 한결같이 자기 할 일을 잘했거나, 처음에는 이기적이었지만 남을 생각할 줄 알게 되고 그릇이 넓어졌거나, 말을 잘 안 들었는데 의젓해진 애들을 보면 보람을 느끼죠. 그럴 때 ‘얘가 잘 클 수 있게끔 (내가) 도와줬구나.’ 생각해요. 특히 졸업하고 나서 학생이 찾아왔을 때 그런 생각이 들고 보람을 느껴요.
괴로움은?
매일 연속이죠. 대접받으려고 하고, 나태하고, 안 하고, 남 탓하고, 투정 부리고, 고객님 마인드로 학교 다니는 걸 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의 괴로움이 다르죠?
중학교에서는 철없는 애들로 인해 계속 고통받고 소진되는 느낌이죠. 고등학교에서는 애들이 무기력한 게 괴로움의 큰 이유고. 사실 그 정도 나이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고, 탐색해 보고, 뭐든 해봐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핸드폰만 쥐고 게임만 하고, 수업하면 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중3부터 그러잖아요.
중3 때부터 그런 모습이 있고, 고1이 되어서도 그러다가 그 상황을 이겨내지 못한 학생들은 자퇴해요. 그런 상황을 보면서 애들한테 학교 다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학교에 진짜 밥 먹으러 오는 게 아닌가 그런 무기력감, 답답함을 느낄 때 가장 힘들어요. 집에서도 애한테 딱히 관심이 없어요.
담임교사를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상황도 있어요. 학급에서 학교 폭력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상황 인지 후 학년 부장, 관리자에게 알리고 절차에 따라 처리합니다.
그런데 학급을 운영하다 보면 학교 폭력으로 처리하기에는 애매한 학생 간 갈등도 자주 발생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담임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학생 간 갈등은 결국 학생들이 해결해야 하는 거 같아요. 답도 그들이 알고 있죠. 자기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요. 물론 사소한 오해가 커지거나 갈등이 중재가 안 될 때 담임교사가 각자의 입장 정리나 흥분 상태를 가라앉히는 역할은 해줄 수 있죠.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은 교사의 영역 밖이라고 생각합니다.
딜레마는 학생, 학부모가 담임교사의 역할을 요구한다는 거죠.
그거 못한다고 얘기해야죠.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싸우지 말라고 지도는 할 수 있지만 갈등 당사자들을 완전히 화해시킨다거나 관계 회복하게 하는 건 교사의 영역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므로 명확히 얘기해야 합니다. 그것은 제 영역이 아니다.
교사가 학생의 마음을 강제로 움직일 수는 없죠.
학부모님들도 알 걸요? 학교 다녀봤잖아요. 그리고 많이 하는 얘기가 어떻게 학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는 건데,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죠.
담임교사로 일하면서 꼭 좀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 있나요?
출결 시스템.
(웃음) 완전 공감요.
지금은 담임교사가 증빙 서류를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받아 파일에 철하는 방식으로 출결을 처리하고 있죠. 그런데 저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제한된 시간 안에 출결 증빙 서류를 (온라인으로) 등록해서 출석을 인정받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과감한 가정이지만, 중·고등학교 담임교사를 없애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완전 공감합니다. 담임 제도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도 자체가.
한 반에 30명 가까운 인원을 넣어놓고 한 명이 책임을 지게끔 의무를 지우는 건….
고교 학점제의 운영과 기존의 담임 제도가 충돌하는 부분도 있어 보여요. 고교 학점제는 대학교처럼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고 수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잖아요. 그래서 이미 고등학교에서는 교사가 본인의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의 담임을 맡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저는 중학교에만 있어서 그런지 수업을 함께 하지 않는 학생의 담임을 맡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고교 학점제와 담임 제도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죠.
<세상의 모든 선생님> 인터뷰를 통해 담임 제도가 없는 다른 나라의 선생님도 만나고 싶어요. 담임 제도 없이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최소한 들어는 볼 수 있으니까요.
교사의 일차적인 일은 가르치는 일이에요. 담임수당이 얼마고, 그거를 주고 안 주고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담임을 하며 업무도, 수업 준비도 해야 하는 지금의 시스템은 분명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과의 관계는 어떠신지 궁금한데요. 처음 학교에 왔던 2018년 3월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학생과의 관계에서 성숙해지거나 노련해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학생을 대할 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으려고 좀 더 노력해요. 전에는 애가 실수한 부분이 있으면 화가 많이 났어요. 지금은 화나는 이유가 실수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개선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예요. 그런 부분에 대해 화를 내기도 하고 독한 말을 내뱉을 때도 있죠.
그렇게 표현할 때 선생님의 감정은 어떠세요?
예전에는 거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어떤 싫은 소리를 했을 때 그만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스스로 납득이 되면 어느 정도 상황과 거리를 둘 수 있어요.
화를 내는 정도나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달라졌다. 노련해지신 거네요. 올해 학생들과의 관계는 어떤 편이세요?
전 별로 애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근데 애들은 선생님 좋아하잖아요. (웃음)
모르겠어요. 걔네한테 한 명 한 명 물어본 게 아니니까. 뭐, 애들이랑 나쁜 관계는 아닌 거 같아요.
6년 중 선생님을 가장 힘들게 했던 학생은?
학생이 제 진심을 이용한다고 생각되었을 때. 학생의 상황이 걱정이 돼서 상담도 많이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어줬는데 알고 보니까 말하고 행동해 온 것들이 거짓, 연기인 경우가 많았어요.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 본인이 만들어낸 캐릭터였고, 그걸 알게 되었을 때 제 진심이 이용당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럴 때 가장 힘들었어요.
외부자가 봤을 때는 뭔가 이상한데, 담임으로서는 학생을 끝까지 믿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으니까요.
가장 힘들었고 회의감을 많이 느꼈죠. 그래서 앞으로도 보고 싶지 않아요 그 아이는.
학생이 힘을 주는 순간은 언제예요?
수업에서는 ‘선생님 수업 재밌어요.’ ‘선생님 수업 잘 들어와요.’ 같은 말을 듣고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 때요. 담임할 때는… 얼마 전에 전해 들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전체 대상으로는 차가운데 개인적으로는 따뜻하고 자기들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고 반 애들이 한 교과 선생님께 말했대요. 그런 이야기 들었을 때 진심이 전해지고 있구나 생각했죠.
그 말에서 학생들의 진심도 느껴져요. 애들 생각보다 냉정하잖아요. (웃음) 그러면 6년 일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수업 시간이든, 담임 시간이든, 좋은 거든, 나쁜 거든.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던 제 생일을 반 학생들이 알아내서 챙겨줬을 때, 졸업식 날 마지막 종례했을 때, 그런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마지막 종례 때 울컥하셨나요? (웃음)
(단호) 울컥은 안 해요. 학년 마지막 날 시원하다는 게 항상 더 강하기 때문에 울컥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이 시간이 기억에 남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뭐, 그 정도.
우리도 학생일 때가 있었죠. 어떤 선생님이 편하고 좋으셨나요?
교과 내용을 잘 가르치는 게 제일 중요하고, 학급을 운영할 때 쓰잘데기 없는 힘을 안 빼는 선생님이요.
힘들었던 선생님은?
본인의 감정에 취해서 인신공격적인 말을 많이 한다든가, 과하게 폭력적인 선생님들은 좀 힘들었죠. 예를 들면 단체 기합.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잘못한 사람을 혼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 한 사람 잘못하면 그 짐을 반 전체에 뒤집어씌우는 선생님이 있었죠. 그렇게 해서 근본적인 해결이 되나요? 안 되거든요.
담임, 교과 교사로서 학생들을 대할 때 지금 말씀해 주신 선생님들과의 경험이 영향을 미치나요?
영향을 많이 주죠. 그래서 저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잘 듣고 이해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교과 교사 최고의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담임으로서는 억울한 학생 없게끔 하고, 종례 같은 거 효율적으로 빨리 끝내주고, 개인 시간 가질 수 있게 해 주려 하고요. 여론 최대한 수용해서 청소 구역, 자리 배정 공정하게 해주는 것도요.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선생님들도 본인이 어떤 선생님이 좋았고 싫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이제 학부모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담임교사로서 학부모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세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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