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업무 #교과
2023년 7월 5일 수요일, 첫 면담을 진행했다. 날은 화창했고 이야기는 뜨거웠다. 첫 선생님과 나눈 진솔한 대화를 통해 우리가 학교에서 무엇으로 인해 힘들고 또 행복한지 돌아봤다. 그 두 번째 이야기.
면담 대상자: 6년 차 역사 선생님 / 현 고등학교 재직
기록자: 5년 차 국어 선생님 / 현 중학교 재직
(1화에 이어서) 공감. 저도 지나고 보면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 생각보다 나쁜 애들은 아니었어.’ 이제 첫해 관련 마지막 질문인데요. 교생 실습을 할 때와 신규로 학교에 와 일을 할 때 어떻게 달랐는지 알려주세요.
가장 많은 차이는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에요. 교생은 제한된 시간 안에서 잠깐 경험할 수 있는 수업이라서 학생들의 호응이나 관심이 좋아요. 그런데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애들이 잘 때도 있고, 텐션도 떨어지고, 대놓고 앞에서 수업하는 사람 무시하면서 자기 할 거 할 때도 있고.
(끄덕끄덕)
그러니까 예비 교사들은 교생 실습 때 애들한테 받은 관심, 본인에 대한 애들의 호의적인 태도가 유지되지 않더라도 괜찮은지 생각해 보면 좋죠. 또, 그런 상황에서 본인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까지.
교생 실습 때의 경험과 실제 학교 현장 상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교생 실습을 나간 예비 교사들은 한 달 동안 학교의 좋은 면만 보지 말고 진짜 현실을 보길 바라요. 그러고 나서 본인이 하기에 무리가 없는 직업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런 과정이 없이 학교에 오면 진짜 너무 힘들 거 같아요.
여태까지 맡은 업무는 뭐가 있나요?
첫해 때 봉사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방과 후 학교요. 방과 후 학교는 처음에 계획까지만 맡는 거였는데 결국 운영도 했어요. 다음 해에는 뭣도 모르고 연구부 평가계를 하게 됐죠. 22 시수에 중3 담임하면서.
오우.
2020년도에는 학년부 계원으로 장학금 하면서 가장 널널했어요. 다음 해에는 다시 연구부 가서 교원평가, 평가계 협조, 교생 실습 보조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와서는 2년째 학년부 출결만 하고 있어요.
업무 할 때 중요한 건 뭘까요?
신속성과 정확함. 그리고 마감 기한 지키는 거.
각 업무의 평점을 매겨보자면?
이거는 성향에 따라 다를 거 같아요. 물론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업무는 성적, 평가 관련된 거죠. 근데 오히려 저는 그런 업무보다 학생들이랑 맞닥뜨려야 하는 업무가 가장 힘들었어요. 이를테면 학년부 계원. 이 업무를 할 때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복도 생활 지도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라 더 심하게 했어요. 그렇다고 평가계가 쉽다는 거는 아니에요. 업무 미숙한 분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니까.
예를 들어, 나이스 성적 탭에서 성적 처리 과정을 잘 조작하지 못한다거나.
아니면 원안지 편집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거나.
문항에 오류가 있다든가, 오타가 많거나.
수정을 부탁했는데 바꿔주지도 않고, 그러면 위에서 결재가 안 나고, 업무 담당자는 중간에서 미치는 거죠.
업무 중 최고와 최악을 꼽는다면?
최악의 업무는 없었어요. 업무는 다 할만했어요.
그럼 최고는?
제 성향이랑 가장 잘 맞고 만족도가 높아서 좋았던 업무는 힘들어도 평가계요.
부서 부장님이나 동료 교사와의 의사소통은 괜찮으셨어요?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첫해 교무부할 때 부장님이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래서 뭘 물어봐도 대답을 못 해주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교무부 안에 각각의 업무가 처리되는 방식을 모른다는 거죠?
그것도 그렇고 애매한 지점이 있어 물어보면 자기도 모르니까 교육청에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했어요. 그리고 업무 하다 보면 다른 부서랑 불가피하게 부딪히거나 일을 나눠 가져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교통정리도 제대로 안 되는 거죠.
커버를 안 쳐 줬구나.
그쵸. 너가 나이가 어리니까, 경력이 적으니까 다 해라.
업무를 다 받아오면 곤란하죠. 부서의 업무를 장악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부장을 할 때 계원으로서의 고충이 있다는 점, 동감입니다. 그러면 부장님 이외에 계원들과의 의사소통은 괜찮았나요? 다른 업무 협조를 할 때라든가.
담당자가 자신의 역할을 전담해서 완벽하게 해낼 수 있으면 협조가 필요 없어요. 그게 안 되기 때문에 협조라는 어중간한 역할을 주는 거예요. 그래서 일이 애매하게 섞이죠. 이런 것들 명확하게 정리해 주는 게 관리자와 부장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합리적인 업무분장은 뭘까요?
무조건 본인이 원하는 걸 1순위로 주는 거요. 그게 불가피하면 미리 전화를 하거나 불러서 양해를 구하는 게 맞죠.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
인사위원회 꾸려서 협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합리적으로 업무를 나눴다고 면피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저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봐요. 특히 업무는 더.
업무분장 발표가 보통 2월 새 학년 연수에 있잖아요. 그런데 원치 않는 업무를 받게 되면 한 해 시작부터 기분이 안 좋죠.
저도 원치 않는 학년을 배정받은 적이 있어서 (그 기분을) 아주 잘 알아요.
담임, 비담임 여부랑 담당 학년, 학급, 업무를 그때 알 수 있는데 되도록 원하는 대로 해주고 그게 안 된다면….
미리 양해를 구하고 당사자를 설득하는 게 맞죠. 그리고 몇 학년 담임을 담당할지는 교과 안에서 협의할 시간을 줘야 해요.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형식적으로라도 교과 내에서 학년을 어떻게 나눌지 먼저 제출을 받아요. 그걸 인사위원한테 넘기고 협의할 때 참고하죠.
현실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업무분장’이란 말 자체가 모순처럼 느껴져요.
업무분장은 자기 원하는 대로 안 되는 거니까요.
‘비합리적인 업무분장’이 정확한 표현일까요? (웃음)
그냥 업무 명령.
(웃음) 군대인가요?
명령이죠. 그냥 너 업무 이거.
이제 교과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1학년을 맡아 한국사와 통합사회를 가르치고 있으시죠. 중학교에서 1인 교과였지만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동 교과 교사들과 함께하고 계시는데요. 동 교과 교사와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는지, 혹시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잘 맞는 사람을 동 교과 교사로 만나면 진짜 좋을 거 같아요. 수행평가 기준안이나 시험 문제를 제작할 때 성향이 잘 맞으면 혼자 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근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선생님 간에 추구하는 수업 방식이 다르고 그로 인해 민원을 받은 적도 있어요. 그래서 본인이랑 잘 맞는 동 교과 교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민원을 받으셨어요?
저의 경우 학생들한테 얘기를 들은 적 있어요. 다른 분들이 민원을 받는 것도 봤고요.
다른 반에서는 이렇게 해주는데 왜 우리는 안 해주냐고 학생들이 묻는 경우 있죠. 또 다른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교과 특성과 관련이 있는데 저는 모든 시대를 다 가르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런데 다른 선생님의 경우 교과 재구성을 하지 않고 교과서를 경전처럼 여기며 모든 내용을 다 가르쳐야 한다고 하죠.
하나도 빼먹지 않고요?
하나도 빼먹지 않고요. 이러면 이제 힘들어지는 거죠.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교과 내용은 되게 많고, 수행평가도 해야 하고, 지필고사도 봐야 하고….
수행평가나 지필고사 문제 출제는 괜찮으세요?
시험 문제는 돌아가면서 혼자 내는 게 마음 편한 거 같아요.
중학교 때 혼자서 두 학년을 낸 걸로 알고 있고, 저의 경우에는 그게 더 부담스러운데, 오히려 혼자 출제하는 게 편하다고 하시네요.
역사는 단원을 나눠서 출제한 후 합치면 내용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문제 사이에 선택지 간섭이 일어나요. 앞뒤 단원이 연계가 많이 되어 있는 과목이라서 문제 출제는 고사별로 돌아가되 한 명이 전담으로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교과별로 학기 초에 평가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평가 범위와 방향은 정해진 후 교과 수업이 진행되죠. 하지만 문제 출제 기간이 되어 이전에 합의한 내용을 문항으로 구체화한 후 조정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예요. 일단 선생님은 돌아가면서 혼자 내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이시네요. 그러면 역사라는 교과로 학생들과 수업하는 건 괜찮으신가요?
말이 너무 어려워요.
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에.
한자가 많이 나오는데 지금 학생들은 한문을 필수로 배우고 오는 세대가 아니다 보니 한 시간 동안 단어 뜻 설명하다 끝나요. 근데 이건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교과 선생님들도 겪는 일이죠. 학생들 어휘력, 문해력 키우는 게 되게 중요하다 싶어요.
시험 볼 때 발문이나 본문의 단어 뜻 물어보는 일도 있죠. 많은 교과의 공통적인 어려움으로 보입니다. 혹시 특별히 역사여서 더 어려운 점은 없을까요?
교과 특성상 교사인 제가 많이 설명해야 하다 보니 수업할 때 한 번씩 힘들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맡기고 활동을 하면 저도 좋죠. 애들 입장에서도 본인들이 정보를 직접 찾아보니까 스스로 하는 공부가 될 거고요. 그런데 역사는 용어나 사건의 배경 등 기초가 되는 부분이 어렵다 보니 제가 먼저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커요. 그런 것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낍니다.
잘 된 수업, 망한 수업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게 나눌 만큼 다양한 수업 형태를 시도해 본 적이 없습니다만… 이런 건 있어요. 3월에 나가는 고대사, 그러니까 구석기, 신석기 등 지금으로부터 시간이 많이 떨어져 있는 시대를 다룰 때는 학생들의 관심이 낮아요. 그런데 2학기의 현대사 부분은 지금 사는 모습이랑 많이 연결되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요.
교과 수업에 반영하는 본인의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사도 통합사회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해 공부를 하는 거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본인이 생각한 것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비판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요. 그런 능력을 갖춘 개개인이 모여야 이 사회가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자료는 어떻게 준비하세요?
출판사가 제공하는 수업 PPT를 기본으로 하되 줄글로 되어 있는 부분은 학생들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간결하게 구조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어려운 단어나 개념은 학생들이 와닿게 느낄 수 있도록 그림 등을 첨부해서 이해를 돕습니다.
학습지를 잘 만드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웃음)
맨땅에 헤딩한 적은 없고 출판사 자료를 기반으로 제작했습니다. 교과서를 보면서 보충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부분은 재구성해서 출판사 자료에 추가해요.
요즘 출판사 자료가 잘 나와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가령 교과에서 핵심적으로 다루어야 할 내용이 교사용 교과서에는 나와 있는데 학생용에는 안 나와 있는 경우가 있어요. 교과서에 없으니 제공하는 수업 PPT나 학습지에도 물론 반영이 안 되어 있죠. 출판사에서 이왕 자료를 공유할 거라면 이런 점도 세심하게 고려해서 발전시키면 좋을 거 같아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수업할 때 목표의 차이가 있나요?
수업 목표 자체가 다르진 않아요. 한국사는 내용이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저는 중학교에서만 근무해서 고등학교에서의 수업,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든요. 그래서 중고등학교에서 모두 근무해 본 경험이 있는 선생님께 이 질문을 드렸어요.
고등학교는 아무래도 입시가 있다는 게 큰 차이예요. 어떤 과목이든지 간에 수시·수능 관련하여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으면 더욱 좋죠.
다음은 담임교사 역할에 관한 질문입니다. 일단 이 주제를 넣은 건 제가 담임하는 게 좀 힘들어서 (웃음) 다른 선생님들은 어떤지 들어보고 싶어서였어요. 담임교사가 교사 생활의 '꽃'이라고들 말하는 데 동의하시나요?
꽃이 아니죠. 꽃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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