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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심스 Apr 05. 2024

좋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2024년 4월 1주

# 2010년생

 2010년에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에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19살 차이가 나는 우리는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난폭하게 서로를 대하며 아웅다웅 1년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그중 몇몇이 제가 사는 동네로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시끄럽고, 욕도 하고, 철딱서니 없이 행동했습니다. 저 역시 오랜만에 높은 텐션으로 언성을 높이며 그들을 중재했습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많이 웃었다는 것입니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였습니다. 그 너머엔 미안함도 있다는 걸 아이들은 모르겠지요.

 06 아이들을 고등학교로 보낸 후 결심했습니다. 학생들과 적정 거리를 잘 유지하겠다고. 그래서 새로운 학교로 가 만나게 된 09, 10 아이들에게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자책이 늘 조금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잊지 않고 한 번씩 연락해 주고, 마음을 표현해 주는 아이들의 정성은 당해 낼 재간이 없습니다.

 힘들었던 시간을 미화할 생각은 없습니다. 학교 바깥에서 평안을 누리는 지금이 정말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관계는 제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건 꽤 중요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그건 참 당연하지 않고 감사한 것입니다.


# 인형 뽑기

 일요일에는 사촌 친구와 만났습니다. 성별은 다르지만 동갑이고 현재 중학교에서 일을 하는지라 많은 공감대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가족 관계를 떠나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한 친구인지라 많은 일들을 진솔하게 나눕니다. 그날도 평소와 같았습니다. 카페에 들렀다 밥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코스가 하나 추가 되었습니다. 인형 뽑기 가게입니다. 회식 때 99년생 동료 선생님의 권유로 한 번 가봤는데 너무 재밌었다는 것이 친구의 주장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현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물었는데 웬걸요. 요즘은 카드가 되더만요 ^^;

 닭갈비를 배부르게 먹은 우리는 인형 뽑기 가게로 향했습니다. 예전보다 작아진 인형 뽑기 기계에 1차로 놀라고, 어렵지 않게 짱구를 뽑는 친구의 기술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용기를 얻은 저는 야금야금 12,000원을 꼬라박아, 아니 투자하여 두 개의 짱구 인형을 더 뽑았습니다. 호들갑과 환호성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액션 가면을 쓴 짱구는 제 방 책장에 편하게 앉아 있습니다. 다음번엔 유치원복을 입은 짱구를 꼭! 데려오겠습니다.


# 10학번

 수요일에는 파주에 가 대학 동기이자 오랜 친구 둘을 만났습니다. 연어뱃살동을 먹고 카페에 가 신나게 떠들었습니다. 일하던 학교, 함께 다녔던 학교 이야기, 좋은 사람, 이상한 사람 이야기, 그리고 건강 상식 ^^; 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했습니다. 가식 없이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고, 서로서로 이해하며 잘 들어주어 만나면 참 편합니다. 내 좋은 면뿐 아니라, 꼬여있고 복잡한 면까지 드러내도 초라해지지 않게 만들어줄 사람들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좋은 사람, 잘 맞는 사람,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 다 만나봤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부질없이 지난날을 후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겠죠. 더 느끼고, 덜 상처받기 위해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냉철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편안한 사람이 곁에 더 많이 함께 하는 삶이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길 바랍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이 글을 쓰고 있었는데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자원봉사가에 합격했다는 소식입니다. 4월 26일부터 저는 아마도 부산에 있을 듯합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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