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4주
# 몸살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쑤셨습니다. 전날 조금 맞은 비 탓인지, 하루가 다르게 널뛰듯 변하는 기온 때문인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수영을 안 갔습니다. 판피린과 인후통 약을 챙겨 먹고 하루 종일 누워 드라마와 영화를 봤습니다. 코로나에 감염되어 격리 생활을 했던 2년 전이 떠올랐습니다. 오랜만에 푹 쉬었습니다. 수요일에는 그래도 좀 나아진 듯하여 작업실에 들러 최소한의 일을 했습니다. 미리 예매해 두었던 <댓글부대>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다시 도루묵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영을 또 제끼고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3일 치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약을 챙겨 먹었습니다. 경과를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그저 내달린 3월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주말에도 온전한 휴식은 없었습니다. 정신이 가뿐하여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부지런해야겠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해야겠지만 무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까지도 제게 되새겨주는 3월입니다.
# <신문기자>와 <댓글부대>
아야노 고가 출연한 드라마 <신문기자>의 마지막화와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댓글부대>를 수요일에 보았습니다. 신문기자가 주인공이고 여론의 속성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닮았습니다. 두 이야기를 모두 본 후 이런 질문이 남았습니다. 내가 본 영화평은 진짜일까? 내가 본 댓글은 진짜일까? 내가 본 피드는 진짜일까?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내가 한 생각은 진짜일까?
철 지난 의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금방 지나갈 잠깐의 의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합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 아무런 말이나 던지는 가벼움도, 시간이 지난 후 떠오를 진실을 기다려야 한다는 일말의 양심도 제 안에 모두 있습니다. 옳게만 살아가겠다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정도는 기억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 영상팀
2015년, 서툴러도 뿌듯했던 학교 홍보 영상을 한 편 만들었습니다. 2016년, 작업 과정도 결과물도 부끄러운 단편 영화를 한 편 만들었습니다. 2017년, 작업 과정도 결과물도 유쾌한 뮤직비디오 한 편, 누가 찾아볼까 무서운 8부작 웹드라마 한 편을 만들었습니다. 2019년, 중1 아이들과 봄기운 물씬 풍기는 뮤직비디오를 세 편 만들었습니다. 2021년, 2022년, 눈물의 학급 마무리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2023년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웠던 뮤직비디오와 현재로선 저의 마지막 학급 마무리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영상을 기획하고 찍고 편집하는 과정은 귀찮습니다. 더욱이 마음에 들지 않는 영상을 만들 때는 사는 게 괴롭습니다. 그런데도 미화된 기억을 안고 뭘 찍어볼까 철없이 다시 생각합니다. 그게 영상, 혹은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갖다 붙여봅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사람들과 제가 사는 동네에서 영상을 찍어 보고 싶다는 철없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자신감일까요?
실패를 거치며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고생하며 찍는 거 다 의미 없다는 것, 배경 음악이 반이라는 것, 내가 보기에 괜찮으면 다른 사람도 괜찮고, 내가 보기에 별로면 다른 사람도 별로로 느낀다는 것, 과정이 매끄러우면 결과물도 매끄럽다는 것 등등. 그냥 썩히긴 아까운, 몸으로 부딪혀 체득한 소중한 교훈입니다. 더 찍어 보며 더 배우길 바랍니다. 그럼 주인공은 누구로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