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주
# <내 깡패 같은 제자>와 <드라마를 보는 소년>
단편 시나리오 아이디어로 두 가지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내 깡패 같은 제자>는 밝은 버디물입니다. <드라마를 보는 소년>은 화끈한 복수물입니다. 저는 요 근래 <내 깡패 같은 제자>와 같은 밝은 설정의 이야기를 선호합니다. 나아가 추구합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는 소년>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 강렬하고, 결말이 명확합니다. 왠지 공모전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둘 중 어느 방향을 택해야 할까요?
10여 년 전 단막극 대본 1편, 연재소설 2편을 썼습니다. 요약하자면 세 편 모두 우울한 이야기였습니다. 주인공을 학대했다고 이야기해도 할 말 없습니다. 이후 만들었던 단편 영화, 웹드라마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우울한 이야기를 별로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왠지 제 삶도 제가 만든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는 것 같아서요. 시간이 한참 흘렀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저는 <내 깡패 같은 제자>와 <드라마를 보는 소년> 사이에 서게 되었습니다.
결국 어떤 결론에 이를 것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처음 느낌 그대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창작하기 위해 노력해보겠습니다.
# 2006년생
중학교 1학년이었던 아이들이 어느덧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공부로든, 일로든 무언가를 해내고자 하는 몇몇 아이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만 했던 때의 저를 돌아봅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잔인했습니다. 성적 때문이었습니다. 가족 문제도 있었습니다. 친구 관계, 학교 생활 무엇 하나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혹독하기로 따지면 중학교 시절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상하게 그 시절은 그립고 아쉽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왜 다를까요?
06년생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 이 아이들은 어떻게 그 힘든 생활을 헤쳐나갈까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2년을 지켜봤습니다. 아이들은 때로 저와 비슷하게 좌절하고, 때로 저보다 긍정적으로 상황을 이끌어나갔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그때의 저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어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 먹은 제가 보기엔 그 선택이 옳지 않아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한다한들 무슨 문제일까요. 그렇게 또 배우고 자라날텐데요.
28일에 3월 모의고사를 본다고 합니다. 이후 국어와 사회 탐구 과목에서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교 밖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교육 활동은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 티모시 샬라메와 엠마 스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라라랜드>는 제가 사랑하는 영화들입니다. 그 영화에서 처음 보게 되었던 티모시 샬라메와 엠마 스톤 또한 제가 사랑하는 배우들입니다. 이번 주, 그들이 주연으로 나선 영화 <듄: 파트 2>와 <가여운 것들>을 보았습니다. 좋은 영화들이었습니다. 또, 지난 몇 년간 변모하고 진화한 두 배우의 힘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여운 것들>에서 엠마 스톤이 연기한 기괴하면서도 찬란한 '벨라' 역은 이전에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오묘한 느낌을 제게 주었습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에서 압도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일은 즐겁습니다. 나아가 이제는 경외심도 생깁니다. 그들은 또 어떻게 변해갈까요? 궁금하고 두렵고 설렙니다.
# 무던한 나날
어느 날은 조금 일찍, 어느 날은 조금 늦게 일어납니다. 밥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사무실로 향합니다. 도착하면 환기를 하고 점심거리를 손질해 놓습니다. 그리고 오전 업무를 시작합니다. 책을 필사하고, 신문을 읽고, 단편 영화를 봅니다. 점심은 고구마, 녹색 채소, 순두부를 기본으로 먹습니다. 그런데 조금 부실한 거 같아 현미쌀을 주문했습니다. 오후 업무는 거의 제 창작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잘 되지만은 않습니다. 준비하고 있는 장편 소설은 구성을 완료한 내용도 첫 문장을 못 쓰고 있습니다. 결국에 길을 찾겠지만 당장은 괴롭습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감사합니다. 제게 3월의 하루하루는 아직까지 그런 날들입니다. 돈을 잘 모아 내년에도 이렇게 생활할 수 있길 바랍니다. 안 되면 또 어쩔 수 없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