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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단골도 힘들다.

by 김경락Oazzang철유

여행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호스트가 쓴 책도 읽어 보았다. 읽다 보면 대부분의 이야기가 게스트와 호스트의 감동적이 이야기이다. 사실 그런 감동은 서로의 감동일 뿐 책을 읽는 나는 그런 감동이 잘 전해지지 않는 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나에겐 일상이다. 해서 나는 그동안 힘든 게스트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이 친구가 어느 나라 사람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얘기 하고 싶지도 않고. 어쨌든 이 친구는 처음엔 5일 정도 있겠다고 왔다. 그러다 계속 연장을 하고 결국 세 달을 있다 겨우 보냈다. 보냈다는 표현은 조금 이상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었다. 오래 있는 게스트들은 때로는 호스트보다도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처음 도착한 게스트들은 아무래도 오래 있던 게스트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기대기도한다. 그래서 오래 있는 게스트는 그 게스트 하우스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이 친구는 본인의 나라에서 메일로 사진을 받아 그걸 보정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마루에 앉아 노트북만 바라보며 일만 하고 있었다. 새로 오는 게스트들에겐 하이~라는 짧은 인사를 끝으로 계속 일만 하고 있었다. 급기야 이 친구가 있으면 다른 친구들은 마루에 나오기를 꺼려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삼 개월 후 이 친구가 비자 문제로 잠깐 다른 나라를 나갔다 와야 됐었다. 난 이제 드디어 가는구나 하고 혹시나 해서 냉장고나 찬장을 보니 이 친구의 것이 여기 저기 숨겨져 있었다. (성격이 이기적이라 절대 본인의 것을 나누지 않는다.) 그걸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컥. 앗, 또 다시 올 거 같은 데. 그래서 메시지를 보냈다. “이건 너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다. 단지 우리 둘이 조금 안 맞는 것뿐이다. 우리는 아침도 안 주고 다른 곳보다 비싸기도 하니 제발 다른 곳을 찾아봐라” 이랬더니 나에게 폭풍 메시지가 보내왔다. 내가 너 달걀 먹어서 그러느냐? (난 달걀이 몇 개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나가면 후기를 나쁘게 쓰겠다. 난 나름대로 잘했다. 등등,,, 모두 알겠다고 너 말이 다 맞는다고 하지만 우리 조금 안 맞는 거 같으니 다른 곳 좀 알아보라고. 그렇게 겨우 겨우 보냈다.

내가 만약 식당을 한다면 3년 단골도 괜찮을 거 같다. 식당은 오래 있어도 하루 한 시간 정도이니. 하지만 게스트 하우스는 다르다. 24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사는 것이기에 뭔가 서로 안 맞는 게 있으면 하나하나 거슬린다. 같이 사는 부부도 그럴 진데 맘이 안 맞는 남남이 같이 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게스트 하우스는 단순히 방을 빌려 주는 것이 아니고 내 생활을 남들과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 한 친구는 첫인상부터 좀 우울했다. 다른 게스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혼자 밖에서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그런 그가 안 돼 보여서 모두 같이 저녁도 먹고 펑크락 공연도 같이 즐겼다. 그리고 체크아웃 몇 시간 후 바로 트립어드바이저에 황당한 후기를 올렸다. 호스트가 펑크락을 좋아하는 데 왜 벽에 펑크락 포스터가 몇 장 없느냐? 맥주 한 병은 공짜로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담배 피우는 곳의 의자가 더럽다. 이 후기 때문에 순위가 순식간에 뚝 떨어졌다. 어이가 없어 바로 반박 글을 썼고 그때 같이 있던 게스트들도 그가 쓴 글에 반박하는 글을 써줬다. 그래도 그 후기는 지워지지 않고 여전히 오아시스 게스트 하우스 후기로 남아있다. 후에 보니 같이 놀며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어떻게 피했는지 자기 얼굴은 하나도 안 나오게 했다. 뭔가 계획적으로 나쁜 후기를 쓰려고 작정했던 거 같다. 사실 이렇게 마음먹고 나쁜 후기를 쓰려고 하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그냥 화장실이 더럽다고 쓰면 그만이니. 하니만 이런 게스트들은 굉장히 드무니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된다.


-간 혹은 나랑 안 맞는 게스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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