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 비, 엄마, 캠핑
220312의 기록
#1
예비 처갓집에 다녀오는 참이다. 막내 처제의 생일 파티 겸 저녁을 먹고 왔다. 장인어른 장모님은 그 시절 분들 답지 않게 아주 지적이고 교양있으시다. 그리고 화목하다.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좋았다.
#2
아주 오랫만에 제대로 된, 비다운 비가 내리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비만 오면 설레고 좋았다. 중학교 때는 비가 오면 우산이 있어도 굳이 비를 맞으며 집까지 걸어오곤 했다. 엄마는 노발대발 하셨다. 교복마이 세탁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비맞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시원하고 기분 좋은 정화의 느낌이다. 나이를 좀 먹은 지금은 부러 비를 맞고 다니진 않지만, 대신 빗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상쾌해진다. 책을 읽을 떄도 유튜브에 있는 빗소리를 틀어 놓곤 한다.
하지만 엄마는 지금도 아들이 비를 좋아하는 걸 싫어 하신다. 교복 빨래는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 옛부터 비를 좋아하면 인생이 우울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도 젊은 시절 비를 좋아했다. 엄마의 삶이 우울로 가득한 건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엄마보다는 덜 우울하고 더 즐거운 삶을 살기를 바라시는 마음이리라. 뭐, 비도 좋아하면서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면 엄마도 만족하시겠지. 어쨌든 좋은건 좋은거다. 게다가 산불도 완전히 꺼지지 않을까. 반가운 비다.
#3
취미로 캠핑을 시작한 것도 비 때문이었다. 우연히 우중캠핑 영상을 봤다. 비를 좋아하는 내게 텐트 속에서 듣는 빗소리는 거의 오르가즘에 가까운 쾌락일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우중캠핑은 뒷처리에 너무 손이 많이 간다. 텐트 말리는 데에만 한나절이 걸리고, 다른 모든 장비도 다 말리고 닦아야 한다. 그래도 또 빗소리를 들으니 캠핑을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