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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n 20. 2024

냉정과 열정 사이

오늘 수필 수업이 벌써 6차시라는구나.

상반기에는 이제 딱 한 차시가 남은 거야.

꿀송이 같은 시간이라서일까?

무턱대고 아까워.

오늘은 활동지원사님 차로 편안하고 우아하게 출석했어.

유치원 글방에 무려 한 시간이나 이르게 도착했는데, 교수님과 문우님 한 분이 정원 그네에 앉아 누나를 맞아 주시는 거야.

수필의 어머니, 한교수님은 누나 오가는 길을 항상 챙겨 주시잖아.

따뜻한 심장을 가진 쓰기 연금술사시다.

아픈 제자들에게 특히 각별하셔.

야식을 못 참는 내게 거듭 당부하셨어.

“밀도샘 걸어야 한다. 치킨에 맥주가 웬 말이냐고.”

“노력하겠사옵니다.”

그네에 앉아 근황토크를 나눴어.

누나 코에는 아무 냄새도 안 느껴졌거든.

그런데, 교수님께서 과일향 포착.

과연, 주변에 자두나무가 있었던 거야.

핏빛 자두가 농익어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어.

교수님께서 자두를 누나 코앞에 대주 셔서야 달콤한 그 향기를 알아차린 거 있지.

밤양갱은 저리 가라, 다디달더라고.

누나 신 것 못 먹잖아.

농약도 하지 않은 그야말로 유기농이었어.

높은 가지에 매달린 과일이 탐났지만….

 오늘은 ‘설명’ 말고 ‘묘사’의 중요성을 공부했단다.

그림 그리듯 쓰고 싶으나, 머리로는 익히 알고 있으나….

오호 통제라!

 교재에 실린 글 세 편이 모두 소설 같았어.

특히 “내가 도를 닦는 이유”라는 글.

‘이혼’이란 화두, 언제건 어디건 국민 주제 아니겠어?

문우님 쓰신 글 한 대목이야.     

 부모가 이혼한다고 하니 다 자란 아이들이 내려왔다. 큰아들 주재로 가족회의가 열렸다. 아들이 각자의 불만을 말해보란다. 어차피 성인 자녀들이니 감출 것도 없어 서로의 불만을 성토했다. 우리의 불만을 다 들은 아이들은,

‘알겠다. 우리는 부모님이 열심히 사신 덕분에 이제껏 잘 살 수 있었다. 두 분이 함께 살면 더없이 좋은 일이나 남아있는 엄마 아빠의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정 같이 사는 것이 힘들면 두 분이 헤어져서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란다. ’고 했다.

싸움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서로 뜯어말려야 화력이 세지는데, 아이들 반응이 다소 이성적이고 어쩌면 냉정하기까지 하니 우리는 수그러들었다.     

꼭 내 부모님을 보는 것 같았어.

무엇보다 이제는 귀찮아서 ‘이혼’ 못한다는 문우님들 말씀이 너무 재미있는 거야.     

엄마 글을 읽고 신랄하게 비판한 아들.

아내의 출간을 못마땅해하는 남편.

출간 소식을 아예 자녀에게 말하지 않은 아버지.

머리맡에 책을 두어도 절대 읽지 않는 배우자.     

가족이니까.

내 글, 형 절대 안 보잖아.

우리 집에 배달된 누나 책 박스 보고 형이 한숨부터 쉬었던 것을 난 똑똑히 기억하거든.

문우님들과 박장대소하는데, 내 묵은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이더라.

사실 지금도 형이랑 냉전 중이라서.

그냥 누나 욕심이 너무 많은가 봐.

미우나 고우나 유주 아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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