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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n 21. 2024

돈 많고 직업 탄탄한 30대 남자

동료 중에 소문난 재주꾼이 하나 있어.

전공 표시 과목이 영어야.

특수교육과를 졸업했는데, 영어교육도 복수 전공하여 교사 자격증이 무려 두 개.

피아노며 클라리넷, 색소폰, 기타 등 못 만지는 악기가 없어.

교직 경력이 벌써 10년이 넘어가니 모아둔 재산도 두둑하지.

선도 몇 번 봤고, 결혼 의지도 남달라.

사람 정말 성실하고 순수하거든.

그런데….

갑자기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거야.

그것도 뇌출혈 진단을 받고서.

요 근래 얼굴도 부었다 하고, 점심 급식 먹는 것이 시원치 않아서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하던 터였지만.

그래도 뇌출혈은 좀….

독감이 오래간다고 했어.

병원에 갔더니 천식이라고 했다며 꼬박꼬박 밥 잘 먹고 괜찮아 보이길래 누나는 체중 관리하자고 잔소리만 했지 뭐야.

다름 아닌 누나가 형에게 매일 듣는 핀잔이잖아.

건강 생각해서 하는 말인 줄 잘 알면서도 막상 남의 입을 통해 듣고 나면 기분 썩 좋을 수 없는….

 병문안을 갔어.

집중치료실에 있더라.

활동지원사님이 밥을 떠먹여 주고 계셨어.

활동지원 제도는 ‘진리’ 구나.

응, 입원한 친구도 시각장애인이거든.

선천적으로 그렇게 태어났대.

그러니까 세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야.

오히려 감각은 더 뛰어나.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는 사람들보다 월등히 예민하니까.

누나 동창들 중에도 선천맹은 물론 유전질환으로 인해 일가친척이 시각장애인 경우가 적지 않잖아.

가족력이든 아니든 각자 담백하게 저마다의 생을 살아.

 선해 보이는 그쪽 활동지원사님이 이쪽을 안내했어.

식사를 마친 환자, 왼손에 커다란 주삿바늘을 꽂고 있더라고.

“가만히 있는 것이 진짜 너무 힘들어요. 허리도 아프고. 빨리 나가고 싶어요. 혈압 잴 때마다 저도 모르게 자꾸 긴장을 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곁에 계시던 활동지원사님이 웃으며 말했어.

“우리 박 선생 겁이 너무 많아요.”

누나 활동지원사님이 받았어.

“선생님 병원에 계셔서 우리 김샘 일이 너무 많은가 봐요. 빨리 나와야지. 혈압 재는 거야 간호사들 맨날 하는 일인데 뭘 긴장해요.”

금복주 같은 박 선생 대답은 이랬어.

“그럼요. 제가 나갈 수만 있다면… 은혜 갚아야지요. 나갈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내가 말했어.

“왜 못 나올까 봐. 걱정도 팔자다. 이렇게 말도 잘하고 밥도 잘 먹고 웃기도 잘하면서 무슨. 손에 힘도 빡 주는구만. 마비 다 풀렸네.”

 몇 년 전에 문제의 박 선생이 누나에게 한 말이 있었거든.

결혼 정보회사에 가입을 하고 싶은데, 상담원이 시원하게 진행을 안 한다고, 매칭이 늦어질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투덜거리길.

“범죄자도 아닌데. 장애가 죄도 아니고.”

누나가 웃으며 말해줬어.

“그거 죄 맞아.”

네 생각은 어때?

강산아, 누나 동료 빨리 나아서 퇴원하게 힘 좀 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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