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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by 밀도

아침 8시, 식구들 모두 건강하게 인천 공항에 착륙했어.

부랴부랴 케리어를 끌고 리무진에 올랐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떠났던 여행인지라 아픈 사람 하나 없이 무사 귀환했음이 오직 ‘감사’로다.

1주일 만에 귀가한 모녀.

우리를 맞는 아빠의 마음은?

암만. 며느리도 모르지.

자녀를 티 없이 사랑하지만, 엄마들이 개학을 손꼽는 뭐 그런 느낌적인 느낌.

케리어 정리하는 데도 시간 제법 걸리더라.

작은누나가 온라인 면세점에서 눈 빠지게 골라 쥐어 준 이쁜 가방 두 개에 입욕제 두 세트, 화장품까지 내 가방은 아무 문제가 없었어.

그런데, 그런데….

작은누나 케리어에 귀중품과 할머니 가방 속 현금, 할아버지 혈당 체크기가 사라졌다는 거야.

‘Oh, my god!’

털어간 물품 보니, 상습범 냄새가….

작은누나 새로 산 가방이며 화장품, 버즈에 두목이 아끼는 고급 렌턴, 할머니 현금까지.

다분히 의도적인 도둑질이었어.

리조트에서 우리가 짐을 싸다가 조식을 먹으러 간 사이.

의심되는 시간은 그때뿐.

짐을 싸다 급히 나가느라 케리어를 다 잠그지 않았을뿐더러 귀중품도 눈에 보이는 곳에 그냥 무방비로 두었던 거야.

식사하고 돌아오니 집 앞에 청소 도구함이 놓여 있기는 했었대.

그래도 설마.

거기서 일하는 스텝들 모두가 친절하고 엄청 선해 보였단 말이야.

귀국해서 발견했으니 솔직히 그 물건들을 무슨 수로 찾겠니.

근데 왜 하필 작은누나 집 물건들을 그렇게 가져갔느냐고.

이 여름 프로젝트 위해서 가장 힘 많이 쓰고, 몇 날며칠 몸도 맘도 전력 질주한 동생들, 상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우리 돈으로 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잃어버린 거야.

얼마나 속이 상해.

무사히 잘 다녀왔다고 안도한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거늘.

작은누나가 리조트에 문의했지만, CCTV 확인 결과 그 시간에는 그 집에 들어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건조한 답변만 날아왔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아침 식사한 그 한 시간 사이거든.

누나 가방은 현관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놓여 있어서 건드리지 않은 것 같다고.

누나 찾기 쉬우라고 가장 가까운 곳에 내 짐 놓고 그 뒤로 작은누나랑 할머니 짐 두었었으니까.

나쁜 사람들이야.

그렇게 취한 돈으로 뭐 사 먹으면 소화가 잘 될까?

훔친 물건 팔아서 갑부 되면 기분 좋을까?

뒷맛이 쓰구나.

누나랑은 다르게 야무진 내 동생,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행자 보험에 분실물 처리를 접수했대.

상담 결과 전액은 아니어도 소종의 배상금이 지급되었다고.

이 바보가 그 돈을 또 나한테 보낸 거 있지.

“야 이 똥멍충이야, 이걸 나한테 왜 보내? 너 가방 더 이쁜 놈으로 사라니까.”

“ㅋㅋㅋ 그냥 똥이라고 불러주오.”

할 말이 없어요.

여행자 보험에서 나온 보너스까지 깔끔하게 부모님 드리는 것으로 정산 끝.

이것으로 ‘사회적 약자 종합선물세트’ 일곱 식구의 5박 7일 나트랑 일정을 마칩니다.

강산아, 우리나라 좋은 나라인 것 같아.

누나 베트남에서 태어났으면 ‘안내견’ 꿈도 못 꿨을 거 아니야.

아, 거기서는 눈 밝고 날씬한데, 똑똑하고 돈까지 많은 금수저 여신으로 살았으려나?

알았어. 그만 잘게.

굿나잇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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