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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싫어

by 밀도

금세 6개월이 지났어.

유주 학원비 결제일과 병원 진료일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거니?

주치의가 5월 31 일자로 사직한다는 공지 문자를 받고서 병원을 옮겨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의사 파업 관련한 사직인가? 그렇게 정치적인 분 같지는 않았는데.’

생각하며 병원에서 추천한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단다.

매우 사무적인 목소리였어.

그야말로 남얘기를 하시더라고.

“MRI도 찍고 뭐 이거 저거 많이 받으셨네. 병기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종양 크기가 작았으니까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해야지요. 검사 결과, 홈페이지에 상담 글 남겨놓으면 내가 댓글 달 거고, 전화는 안 합니다. 26년까지는 6개월에 한 번 내원, 혈액검사, CT.”

‘쳇, 인터넷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검사 결과도 못 듣는 세상이겠네. 전에 교수님은 설명도 잘해 주시고 직접 전화로 결과 알려주셨었는데…. 내가 장애인이라서 특별히 배려해 주신건 아닌 것 같고, 환자들 사이에 정평이 난 선생님 다 이유가 있는 거지. ’

홈페이지 가입과 다음 예약 일정을 안내받고 김비서가 누나 수술해 주신 주치의를 검색한 거야.

역시, 강남에 아주 규모가 큰 산부인과 병원장으로 가셨더라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최고점을 찍는 한 사람의 평생, 멋지다 멋져!

다행히 나는 보호자가 있으니 홈페이지로 검사 결과 확인할 수 있겠다.

언젠가 누나 엄빠랑 셋이서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어휴 온통 키오스크잖아.

할머니가 조작을 하셔야 하는데 당신도 작은 글씨가 안 보이고, 종업원들은 죄다 다문화 젊은 친구들이라 간신히 주문을 받는 실정이니 메뉴 이외 말을 못 알아듣고.

대략 난감이로세.

문득 그때 생각이 나는 거야.

똑똑한 AI가 장애인과 노인 삶의 질을 좀 높여주는 방향으로 발전하면 좋겠다.

돌봄 노동의 효율도 높이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줄 수 있는 기계의 담백한 기능적 찬란함이 인간미 쩌는 모양으로 이 사회 요소요소에 스미면 좋겠어.

누나야 무조건 사람이든 환경이든 자연 그대로를 추구하는 쪽이지만 과학 기술이 특별히 사람 사이 연결 고리 혹은 육체와 정신의 질병 치유 분야로 발전해 주기를 희망해 본다.

강산이, 거기서는 아픈 데 없는 거지?

여기 있을 때 귀앓이 많이 했었잖아.

심장사상충약 먹을 일 없고, 예방주사 맞을 일 없고, 먹고 싶은 것 참을 일 없고, 무엇보다 배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에 너 있다고 생각하면 누나 마음이 참 좋아.

싫어하는 병원 갈 일 없는 그곳에서 오늘도 행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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