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하자마자 비장애인 동료들은 운동장에 물놀이 시설 준비하랴 학생들 인솔하랴 바빴어.
학령기 학생들의 물놀이 체험을 위해 이 뜨거운 날에 구슬땀을 흘리는 거야.
중학생 언니야들 신나게 물놀이하느라 방학 생활 물어볼 시간이 없었네.
반면 성인 학생들은 바로 정상 수업에 돌입.
누나가 물었어.
“방학들 어떻게 보내고 오셨습니까?”
누군가는 방콕을, 누군가는 해외여행을, 누군가는 홈캉스를 즐겼다고 했어.
“아내랑 둘이서 태국에 다녀왔어요.
마사지를 받는데 그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받던 것이 자꾸 신경을 쓰게 되는 거예요.
이 사람 손이 이렇게 되는 게 맞는 건가, 이 부위는 이렇게 하는구나.
저도 모르게 공부 모드가 되어 다 받고 난 뒤에 시원한 줄도 모르겠더라고요.”
“오호, 벌써 직업병 모드에 진입하셨군요.
맞아요. 저도 ‘내돈내산’ 마사지받을 때 절대 편히 못 받아요.
혹시 내가 모르는 어떤 필살기가 나오지나 않을까 싶기도 하고, 자세도 그렇고요.
출판사 편집자들이 독서 못하는 이치랑 똑같지요.
업이 업인지라 자꾸 오타를 거르게 되고, 표지 디자인이며 판형이며 살피게 된다더라고요.”
“그러니까요. 그래도 한 학기 배웠다고 근육 위치며 뼈 이름이며 경혈까지 아는 것이 생기니 다르긴 하네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가면 어떻게 되는 줄 아세요?
안내 보행할 때 사람 팔꿈치만 잡으면 주무른다.
앉았다 하면 두드리고 잡았다 하면 주무르고….
그게 맹인들 직업병이라니까요.
이제 머지않으셨네.”
안마사들 어깨며 손목 성한 사람 별로 없거든.
누나도 오른쪽 어깨가 말썽이잖아.
왼쪽 어깨 아픈 학생과 맨날 웃으며 얘기하는 거야.
“우리 하나씩 바꾸면 되겠네요.”
“난 충분히 써먹었으니 내 오른쪽 어깨 선생님 드릴게. 가져가셔.”
실습 공부하면서도 서로 아픈 곳을 만져주게 되니 사제간의 유대감이 남다를 수밖에.
방학 동안 꼼짝없이 방콕 했다는 전맹 학생은 안마 관련 강의를 찾아들었다고 했어.
1학기 동안 배운 스마트폰 음성 기능을 이용해서 아장아장 메뉴를 탐색하고 강의며 드라마를 느긋하게 혼자 들었다고.
점자를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연습했다는 모범생도 있구나.
어른 들이라서인지 그야말로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거야.
진지하고 솔직하고 성실한 그대들이여.
2학기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