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아, 누나 소문난 슈퍼 우물 안 개구리잖아.
초소심 개구리가 운동 한 번 해보겠다고 헬스장 찾아 삼만리길을 나섰겠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인 동료가 다닌다는 헬스장을 찾았어.
직장에서는 가까우나 집에서는 거리가 있는 곳인데, 아무래도 시각장애인을 접해 본 사람들이라면 내가 적응하기 좀 수월할까 기대한 거지.
트레이너들도 프리랜서로 일한다고 했어.
내 동료를 지도했던 사람은 이미 그 업체를 떠난 관계로 누나를 매칭해 줄 수 없다는 거야.
아르바이트생인 듯한 남자 응대가 영 떨떠름했어.
시설 좋고 젊은 사람들이 운동하는 공간이라서 폭포같이 쏟아지는 음악 소리는 버겁고.
여긴 아니다 싶었지.
활동지원사님과 머리를 맡댔어.
천사표 해결사님께서 우리 집 근처 헬스장 한 곳을 추천, 그 길로 방문을 한 거야.
데스크에 있는 남자가 매우 상냥했어.
누나 사정을 듣고서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선뜻 PT 가능하다는 답변을 주더라고.
어딘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느낌이랄까.
‘이 사람이라면 운동에 문외한인 나도 마음 편히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개인 휴대폰 번호를 받았어.
이튿날 카톡 프로필을 보니, Oh my god!
심지어 크리스천인 거야.
급속히 마음이 기울었지.
1회 5만 원, 고작 10회 해가지고 과연 효과가 있을까?
횟수나 시간 등 세부 사항을 더 고민해 보고 확정 짓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우리 지원사님이 불안하셨나 봐.
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체육회 시설이 있을 거라며 한 번 가 보자고 누나 손을 잡아끌었어.
언젠가 우리 학교 체육 교사에게 문의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다 할 프로그램이 없었던 걸로 기억했거든.
해결사님 손 잡고 직접 체육관 탐방을 간 거야.
마침 직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어.
“심 보았 다!”
장애인을 위한 깨끗하고 편안한 헬스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겠니?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10시부터 18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고 했어.
데스크에 앉아 있는 사람 중에는 장애인 근로자도 있고, 뭔가 내 집 온 것 같은 안도감이….
헬스 기구 이용 방법 익히는 것도 그렇고, 우선은 안전하잖아.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혹여라도 다칠까 염려되고, 나도 남의 시선 사는 것 부담스러운 마당에 그야말로 오아시스로다.
오늘, 퇴근길로 시작을 했네.
한 시간이 짧더라고.
무산소 위주로 기구 사용해서 운동하니까 제법 재미가 나더라.
평소 안 쓰던 근육이 움직이니 시원한 맛도 있고.
활동지원사님 곁에서 무게 조절해 주시니 믿는 구석도 있겠다.
무엇보다 조용하고 한산한 것이 무턱대고 좋은 거야.
더러는 비장애인들 들어와서 운동하고 가는데, 오히려 그 사람들이 쭈뼛쭈뼛.
어디까지나 여기는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이니까.
이 넓은 세상에 눈먼 자들을 위한 안전지대 한 뼘씩만 넓혀 줘도….
맹인 야외에서 혼자 걷기 가능하도록 가이드레일 혹은 음성 유도 장치 있는 둘레길 하나가 아쉬워라….
‘무장애 산책로’라 명시된 길도 막상 걸어보면 코스가 매우 짧거나 위험 요소가 도처에 있잖아.
서울 남산 산책로 같은 길이 시에 하나씩만 있어도….
고귀하신 나라님께는 그다지 어려운 일 아니실 텐데.
아무쪼록 강산아, 누나 개구리가 맘 놓고 운동할 우물을 찾았음에 축배를 들작구나.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