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파업을 하고, 본인은 사측이라 잘난척하는 남자 일이 더해지는 바람에 토요일 24시간을 근무한 거야.
오늘이 아버님 첫 기일이었거든.
아침에 퇴근한 유주 아빠, 세 시간 정도 눈 붙이고, 전라도에서 경상도 당일치기 왕복 운전이 시작됐어라.
누나가 전에도 얘기했었지?
우리 아버님 완전 젠틀맨이셨다고.
아버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이 작년 11월 즈음이었던 것 같아.
위독하시다 연락받고 달려달려 집에 갔었지.
119가 오고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신 아버님이 병원으로 떠나셨어.
단 하루도 새벽 운동 거르지 않으신 건강하고 부지런했던 당신.
평생 한 점 접점 없었던 장애인 학교 홈페이지를 가만가만 탐색하셨던 당신.
눈먼 막내며느리에게 다정한 이메일을 건네셨던 당신.
살면서 잘 모르겠을 때는 그냥 순리를 따르면 된다고 가르쳐 주신 당신.
그립습니다.
이동 거리가 퍽 멀었는데, 유주가 오가는 차 안에서 꿀잠을 자 준 덕에 어미 마음은 편했네.
식구들과 함께 머문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아버님 생각하며 저녁 먹으니까 좋더라.
시댁 다녀오면 매번 나오는 헝아 워딩.
“니는 운전 안 해서 피곤하겠다.”
아이고, 허리야.
운전한 너나 안 한 나나 힘든 건 매한가지거든요.
그래도 온 식구가 한 자리에 모여서 두런두런 아버님 추억할 수 있어 가슴 따뜻한 오늘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