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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떨고 있니

by 밀도

덥다. 강산이 이 여름 잘 지내고 있어?

누나가 오랜만에 편지 쓰네.

그동안 왜 이렇게 뜸했냐고?

자 지금부터 변명 들어간다.

강산이에게 보낸 편지 원고를 다듬으면서 누나가 그야말로 소소하기 짝이 없는 일상 토크만 필요 이상 적었구나 반성했고.

편집자님과 협업하며 추가 원고를 썼고.

직장에서는 2차 고사 출제에 쏟아지는 학기말 서류를 하나씩 클리어하는 중이고.

일러스트와 추천사와 표지 그림과 인쇄 감리 등 착 착 진행되는 출간 준비 과정을 흥미롭게 공부했고.

이제 정말로 너와 나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가는 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구나.

강산이도 떨려?

누나는 사실 출판사에 손해만 안 끼쳐도….

표지 그림 봤지?

편집자님께 누나는 설명으로 들었어.

파스텔톤 소녀와 강아지를 상상해.

우리 강산이는 아주 고급진 아이보리 짧은 털 라브라도리트리버였는데.

머리 위로는 볼록하게 솟은 ‘지혜의 샘’이 있었으니.

세련되지 못하게 떤다고?

그러게나 말이다.

소심한 누나는 그냥 무턱대고 긴장이 되는 거야.

우리 강산이 덕에 ‘두 번째 책 출간’이라는 인생 선물을 받게 되어 기쁘고 고마우면서도 앞으로 벌어질 이벤트를 과연 잘 소화시킬 수 있을지 겁이 난다.

우리 둘 이야기가 책 안 읽는 이 시대 독자들에게 얼마나 가 닿을 수 있을지….

강산이 더위 먹지 말고 건강히 지내.

또 소식 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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