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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험

by 밀도

드디어 방학식을 했어.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은 학교는 퍽 고요해.

강산아, 누나가 책에 몇 글자를 써서 사랑하는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용케도 내 글씨체를 알아보는 거야.

반가운 이와의 만남이 기꺼운 가운데 나의 악필을 과연 읽어낼 것인가가 관건.

‘유 퀴즈’에서 “Yes”를 외친 출연자가 조세호 목소리로 출제되는 문제에 귀 기울이듯 누나가 너와 나의 이야기 책을 펼치는 지인 앞에 가만히 집중하는 거지.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더라니까.

누나 생애 첫 북토크에 MZ 안내견 나라를 초대했어요.

우리 강산이도 함께면 좋았을 텐데….

네 속이 훤히 보이는 누나 촉으로는 아마 강산이 나라 동생에게 무척 시크한 오빠였을 듯.

군대 교관처럼 그냥 사정없이….

참! 빅뉴스 하나 더 있어.

누나가 오래전부터 사모했던 그 목소리, 요조 있잖아.

그래그래.

유주 애기 때 오지게 들려줬던 "반짝이게 해" 부른.

도서 팟캐스트 들으며 나 혼자 내적 친밀감에 젖어 그녀가 낭독하는 칼럼이며 시를 듣고 또 들었더랬어요.

『아무튼 떡볶이』며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등 저서도 달게 읽었지.

책 얘기 나눌 이 없는 누나에게 도서 팟캐스트는 그야말로 찐친이었거든.

그 고운 목소리가 글쎄 너와 나의 이야기 오디오북 낭독을 수락해 주셨다는구나.

목소리만 예쁜 것이 아니었어.

이슬아 작가 사회에, 요조 작가 목소리, 우리 진짜 행운이다.

너로 인해 맺어지는 인연이 놀랍고, 감사해!

‘처음’. 무조건 설레는 단어야.

상상하지 못했던 ‘처음’을 선물해 줘서 고마워.

사랑하게 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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