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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도 깨끗했으면

by 밀도


즐거운 월요일, 벌써 5년 차를 맞는 전안나 작가와의 독서토론이 있는 날이야.

오늘의 도서, <긴긴밤 / 루리>

작년에도 한 번 읽었던 아름다운 동화책.

“3. 책에서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가 다리가 불편한 코끼리의 기댈 곳이 되어 주고, 자연에서 살아가는 게 서툰 노든을 아내가 도와주고, 윔버가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 치크를 위해 항상 지쿠의 오른쪽에 서 있고, 앙가부가 노든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주는데요, 여러분은 이런 연결을 어떻게 보셨나요?”

‘인간들은 편견, 아집, 합리화에 갇혀 자기와 다르면 무조건 멀리하고 보는 아주 고약한 습성이 있지만, 동물들은 그렇지 않아 이처럼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4. 노든은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코뿔소입니다. 소중한 이를 다 잃고도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어린 생명이 마땅히 있어야 할 안전한 곳을 찾아 주기 위해 본 적도 없는 바다를 향해 가는데요, 여러분이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 바위 코뿔소 노든처럼 지구상의 마지막 인간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나요?”

누나?

생뚱맞게 평소 잘하지도 않는 청소를 하겠다고 답했다.

그냥 쓰는 것이 습관이니 무조건 노트북은 펼쳐둘 것 같고, 내가 마지막이라면 뭔가 지저분한 것은 해결을 해야 할 것 같은 거야.

자연 그대로, 최소한 깨끗하게는 만들어 놓고 가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에 읽은 『눈먼 자의 도시』에는 세 여자가 빗물로 즐겁게 목욕하는 장면이 나와.

그 대목을 읽으며 생각했었어.

‘어쩌면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데에 깨끗해지고 싶은 욕구가 한몫할지도 모르겠다.’

누나 말고도 청소를 하겠다는 토론자가 계시더라.

저녁 7시부터 두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어.

1주일의 딱 가운데, 수요일이 휴일이라서 시작이 가벼워.

‘근로자의 날’

정령 은혜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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