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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May 03. 2024

우리도 뛴다

    

맹학생들이 비장애인 선생님들 손잡고 팝스 체력평가를 한 오늘이야.

‘돌봄’에 ‘학습’까지 특수교사들은 참 할 일도 많지?

특히 누나 학교처럼 단순감각장애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는 일반학교와 같은 국민공통교육과정도 운영하거든.

대학 진학시켜야지, 의사소통이니 보행이니 비언어 예절 같은 사회적 기술 영역 가르쳐야지, 운동·공부·시간관리 등 해라해라해라 끊임없이 잔소리해야지, 유튜브·릴스·인스타 같은 SNS 개인정보 윤리교육 등등등….

새삼스럽게 요즘은 누나 인생 배경이 ‘학교’라는 것에 감사하게 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격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이잖아.

 특수교육과 학생들에게도 열려있는 배움터.

5월 4주간은 교생들 실습도 있구나.

 누나 대학 1학년 때 특수학교로 교육봉사활동을 나갔었거든.

한두 번으로 족했던, 스스로가 더는 지속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 씁쓸한 기억이네.

유치부 수업을 참관했었어.

지도선생님이 무척 친절하셨지.

근데 누나가 전맹이고 보니 사실 누군가를 물리적으로 도와준다는 것이 퍽 애매하더라고.

특히 아가들의 경우 먹는 것이며 입는 것이며 내손은 사정없이 어설프고.

오히려 지도선생님께 폐를 끼친다는 자괴감만 넘쳤어.

누나가 스스로를 사랑해 줄 힘이 그때 있었더라면 대학 생활이 더 역동적이었을까?

MZ세대 학생들 보면 장애 유무를 떠나 하나같이 충분히 밝고 명랑하고 당찬 거야.

사회적으로 목소리 낼 수 있는 위치에서 능동적으로 사는 장애인들도 많아.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도 혼자 다니는 전맹 친구들이 있다더라.

누나는 언감생심 갈 길이 멀다.

그 용기, 그 경험이 다만 눈부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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