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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May 07. 2024

누구를 위하여 수학 문제를 푸는가

강산이 어린이날이었는데, 뭐 맛있는 간식이라도 먹었어?

여기랑은 다르게 그곳에서는 이따금 과식도 하니?

통제된 것 없이 훌훌 자유로운 곳에 있어줘서 고맙다.

누나는 금쪽같은 연휴가 조금 힘들었네.

세상에 공부는 왜 있어 가지고.

우리 집 부녀를 아니 가족을 이다지도 괴롭힌단 말이니.

아빠표 수학을 벌써 몇 년째 하면서 양쪽 모두가 스트레스받고, 터질 것 같은 압박감에 온 식구가 허덕이는구나.

딸은 기름장어처럼 이 핑계저핑계 도망 다니기 바쁘고, 부모는 그런 딸 어떻게든 공부시켜 보려고 안간힘 쓰고.

형은 형대로 왜 자기만 악역을 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딸은 딸대로 엄마가 내 기분 아느냐고 성토고.

그 틈에서 누나가 시키고 싶은 독서에 "ㄷ"자도 못 꺼내고 몇 년이 흘러왔어.

우선은 내가 형처럼 짱짱한 목표의식이 없는 것이 문제다.

누나 포기의 달인이잖아.

체념도 선수급이고.

솔직히 난 아이 감정을 먼저 살피게 되거든.

‘오죽하기 싫으면 저럴까! 마흔이 넘어서도 공부 싫어하는 어미 닮아서 그런가.’

형이 경제학과 출신이고 이과형 인간이라 수학도 잘 가르치는데….

오답노트 만들고, 틀린 문제 유형만 뽑아서 풀이 과정 쓰게 하고.

누가 그렇게 세심하게 가르칠 수 있겠어.

듣자 하니 부부끼리는 운전 연수 못한다고 하더구먼, 부녀 수학 공부할 때마다 누나는 조마조마 가슴을 조리게 되는 거야.

연휴 내내 그랬다.

딸은 놀고 싶고, 아빠는 마감 시간에 목메고, 엄마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딸 재촉하고.

결국 마감 시간 넘겨 문제풀이 완료한 딸을 견디지 못해 아빠가 벌칙을 말했어.

번번이 반복되는 전쟁에 엄마도 숨이 막히고, 딸은 울고, 아빠는 화가 나고….

 누나 활동지원사님이 연락 안 줬으면 정말 힘들 뻔했는데, 오후 늦게 산책이 성사되어 숨통을 트일 수 있었단다.

 작은 누나네가 내려온 덕분에 유주 할아버지는 고향에 성묘를 편안히 다녀오셨어.

매번 작은누나네가 집안 대소사 챙기고, 부모님 모시고 여행 다녀주니 누나는 그저 고마울 뿐이구나.

부지런한 막내 누나네는 글쎄 캠핑을 갔는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텐트가 무너지는 아찔한 사고를….

식구들이 근처 행사장에 나간 사이 집이 무너져서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대.

얼마나 다행이니…!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고약한 공부.

어떡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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