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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May 09. 2024

선한 영향력을 배웠어

 두 번째 수업도 행복했어.

비가 내렸고, 장애인콜 사전 예약에도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야 했거든.

전주로 퇴근하는 착한 동료에게 카풀을 요청했어.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메뚜기콜에 도전한 거야.

길바닥에 우두커니 서 있는 수고를 불사하고라도 출석하고 싶었으니까.

비가 제법 내렸어.

흰 지팡이 잡고 우산 쓰는 것이 번거로워 누나 웬만하면 우산 잘 안 챙겨 다니잖아.

열심히 통밥을 굴려서 여느 때보다 살짝 이르게 장애인콜을 접수했어.

빗길이라서 교통난이 있을 걸로 계산한 거지.

대기자가 8명이나 된다더라.

적어도 차가 먼저 오는 일은 없겠다 싶었는데, 웬걸.

늘 그렇듯 장콜은 내가 여유 있게 기다릴 수 있을 때 빨리 잡히잖아.

1분 1분이 고역스러울 때는 용케도 늦으면서.

운전하는 동료에게 폐 끼치기 싫어 조바심치는 마음을 내색할 수 없었어.

그야말로 즉시콜이 배차된 거지.

빠듯하게 달려도 기사님이 기다려야 할 것 같더라고.

“기사님, 죄송해요. 지금 차로 이동하고 있거든요. 10분만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기사님도 운행 규칙이 있으니, 센터로 문의하고, 다시 센터에서 전화를 주신 거야.

또 통사정했지.

“곧 갈 수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요?”

조수석에 앉은 내가 여기저기 읍소하니 운전대 잡은 사람은 얼마나 불안했겠니.

그런데도 내 곁에 의인은 신호가 없는 도로를 찾아 최선으로 달려준 거야.

누나가 다년간 메뚜기콜 경력을 쌓아왔어도 오늘처럼 극적인 승차는 또 처음이었다.

기사님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누나 차에서 내리자마자 쫓기듯 환승 성공!

매번 그 대로변에 서서 2~30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겨우 택시에 오를 수 있었거든.

어휴 차라리 내가 기다리는 게 낫지, 그것도 못할 짓이더라.

초등학교 앞이라 주차하고 대기하기가 기사님도 난감하셨나 봐.

“경비가 와서 차 빼라는 통에 나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저 양반도 개인택시를 했다는구먼. 그래도 내가 우리 밀도님 태워다 드려야지. 비도 오는데….”

“기사님, 진짜 너무너무 감사해요. 저 오늘 이 차 못 탔음 여기서 꼼짝없이 비 맞고 기다려야 했거든요.”

“자 박수!”

기사님 박수치는 바람에 한바탕 같이 박장대소를 했네.

“나 이 일 이제 막 시작했어요. 원래 카카오 택시 했었거든. 사실 그것보다 이쪽 수입이 대략 2천 정도 적어요. 그래도 참 좋더라고. 뿌듯하고 기분도 좋고.”

“일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세요?”

“아이고, 난 우리 탑승자분들 다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불편하신데 열심히 사시잖아. 우리 밀도씨도 내가 꼭 태워드려야 할 것 같아서 센터에다 조금 기다린다고 했어요. 목소리가 너무 밝아서…”

“완전 감사해요. 덕분에 저 오늘 계 탔다니까요.”

“다음에도 태워드릴게.”

수업 시간보다 무려 50분이나 이르게 유치원 글방에 도착한 거 있지. “Yes!”

 두 번째 출간을 코앞에 둔 정원장님이 교수님과 최종 교정 작업 중이셨어.

‘작가의 말’에 들어갈 단어를 고심하며 선별 중이셨는데, 과연 우리 교수님 역시 글맛 살리는 데 귀재시라니까.

형용사 하나 바꾼 건데, 문장의 느낌이 사뭇 다르더라고.

반복되는 어휘 처내고, 문단 정리하고, 곧 태어날 아가 맞이하는 모양으로 벅차게 설렜어.

존경하는,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문우님들 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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