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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May 23. 2024

배제 VS 배려

3차시 수필 수업을 했어.

당근 은혜로웠지.

문우님 중에 송교장선생님.

3년 전, 누나 책 낼 때 교정작업 도와주셨잖아.

그뿐이니?

수필의 어머니요, 오늘날 내 스승님이신 한교수님과의 소중한 인연을 엮어 주신 분.

교직이라는 공통분모가 매번 짧은 담소를 풍요롭게 해.

수업 시작 전에 김밥 먹으며 들려주신 제자 이야기.

 교장선생님 현직에 계실 때 학생 동아리 활동으로 주말 등산 인솔하신 일이 있었대.

등산 코스를 공지하고, 체력적으로 힘들 학생을 염려하여 완주하지 못할 경우 집합 장소는 물론 시내버스 노선과 시간까지 꼼꼼하게 당부하셨다지?

그날 행사 참여 학생 중에 한쪽 다리가 불편한 여학생이 있었던 거야.

선생님은 내심 그 학생을 배려하여 버스 선택지를 마련하신 거였는데, 웬 걸.

팔다리 멀쩡한 학생들 몇몇이 버스를 타고 정작 다리가 불편한 그 학생은 직접 등산을 원했대.

무릎이 안 구부러지는 사정이라 하산하는 데에만 4시간 이상 걸렸다고.

선생님이 그 학생을 곁에서 부축하며 글쎄 끝까지 동행하셨다는 거야.

같이 걸으며 얘기도 많이 나누셨다고.

‘역시, 다르구나. 일반학교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다정한 선생님이셨구나.’

누나가 말했어.

“그 학생에게 교장선생님 가장 좋은 선생님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아니, 오히려 내 기억에 남는 학생이지.”

 누나 초등학교 졸업할 때 중학교 배정 통지서 나누어 주던 남자 선생님 기억난다.

중학교 가면 교과서 글씨 작아진다고, 넌 못 볼 거라고 말했던 어른.

특수학교 갈 거면 서류 빨리 하지 괜히 귀찮게 한다고 그런 것도 같네.

내가 선생이 되고 보니까 교내외를 막론하고 학생 인솔 자체가 교사에게는 얼마나 무거운 책임인지 알게 되더라고.

동아리 활동, 그것도 주말에 이루어지는 행사에서 몸이 불편한 학생을 배제 아닌 배려한 것도 모자라 그 학생 뜻을 존중하고 동행했다는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태도와 마음이 전설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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