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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텃밭회상일지11

한여름의 수박

by 구름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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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지나간 후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었다. 이글이글, 지글지글. 고추는 빨갛게 익어가고 가을 수확을 바라보며 밭 귀퉁이 몇 개 심은 옥수수도 본격적으로 크기 시작했다. 그리고 봄에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운 히비스커스도 무섭게 크고 있었다.



7월 말과 8월 : 애플수박과 바질




텃밭에 갈 때마다 내 주먹과 크기를 비교하며 지켜봤던 애플수박이 성장을 멈췄다. 아직 더 커야 할 것 같은데... 애플수박은 개화 후 35~40일 정도, 줄기의 꼬리 부분이 마르면 수확할 때라고. 얼추 계산을 해보니 40일이 가까워 오는 것 같아 큰맘 먹고 꼭지를 잘랐다. 덜덜.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너무 작은 크기... 덜덜. 이걸 어떻게 먹냐고요... 덜덜. 접시 위에 올려 두고 고민 고민하다 그래도 속이 익었는지 확인은 해봐야 할 것 같아 배를 갈랐다. 오, 익긴 익었네! 워낙 작아 먹어볼 게 없긴 했지만 맛은 꽤 괜찮았다. (한두 주 후에는 미니단호박도 수확을 했지만 후숙 할 겸 베란다 선반에 두고 보다가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결국은 맛도 못 보고 썩혀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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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수박은 속이 노오란 애플수박. 크기도 색도 이름도, 아직은 조금 어색하고 문득 참 신기하다. 사실 난 이런 농업기술의 발전? 같은 걸 꽤 좋아한다. 오이고추, 자색당근, 체리자두... 이과 머리가 있었다면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도 수박만은 여전히 빨갛고 혜자스러운 토종? 수박이 좋다. 붉은 과즙이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흐르는 시원하고 달달한, 그런 수박 없는 여름은 상상할 수가 없다. 제일 싫어하는 계절을 제일 좋아하는 수박이 있어 견딜 수 있다고 (과장해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동안 빠져 있던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에는 수박 그림 안에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라고 쓴 프리다 칼로의 그림이 중요한 소재로 나온다. 프리다 칼로가 죽기 며칠 전 생명의 위대함을 수박에 빗대어 그렸다고. 어쩜 수박은 반짝이는 청춘과 더운 여름과 붉은 생명력과 인생과 예술과 드라마...... 아 수박은 얼마나 멋진 과일인가...




그리고 또, 8월에는 바질이 있었다. 텃밭을 시작한 4월 말 씨앗을 뿌려 발아한 바질이 초반에는 성장이 느려 걱정을 끼치더니 본격적인 여름이 되자 제 시절을 맞았다. 텃밭에 가면 바질을 한 봉지씩 따왔는데 바질은 좀 연약한 작물이었다. 냉장고에 넣어두어도 며칠 만에 금세 시들어버렸다. 결국 모두 제때 소비할 수가 없어 계속 바질페스토를 만들어야 했다. 아직도 냉동실엔 바질페스토가 잔뜩. (왜 손이 안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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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일 년 동안의 텃밭생활을 돌아보며 쓰고 있습니다.

초초초초보의 일지이니 틀린 정보가 있을 수 있고 전문가에게는 난이도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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